맞고 사는 아내들이 종종 ‘아무리 그래도 맞을 만하니까 그랬겠지’ 하는 오해를 사는 것처럼, 우리는 은연중에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왕따를 당할 만하니까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맞을 맞한 이유’나 ‘괴롭힘당해도 싼 이유’ 따위는 세상에 없다. <라이프>는 리스트커트(자신의 몸을 커터칼로 긋는 행위)와 이지메, 왕따라는 사회문제와 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정면돌파한다.
아유무와 시노즈카는 중학 시절 단짝 친구. 아유무는 우등생인 시노즈카를 좇아 같은 고등학교에 원서를 내고 시노즈카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그 학교에 합격한 것은 시노즈카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아유무. 이 일로 시노즈카는 아유무에게 심한 말을 하고, 아유무는 죄책감을 느끼며 리스트커트 증후군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의기소침하던 아유무에게도 새 친구가 생기지만, 왕따 만들기에 함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유무는 오히려 왕따를 당하게 된다.
과격한 전개와 극단적인 캐릭터 묘사, 선정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라이프>는 마치 <사건실화> 같은 잡지에나 실릴 법한 만화지만, 결국 이 만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방관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 반에 왕따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으면서도 이 사실이 학생주임에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담임 선생이나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주려던 친구가 왕따의 대상으로 지목되었을 때 이를 외면하고 이지메에 동참했던 아유무의 모습은 ‘그룹’에서 소외될까봐 집단행동에 휩쓸리곤 하는 현대의 우리 모습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누군가를 소외시키로, 타인으로부터 고독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진짜 친구가 한명만이라도 있다면, 당신이 누군가의 진짜 친구가 됨으로써 끊어버릴 수 있다. 아유무가 하토리의 믿음으로 구원받고, 왕따였던 소노다가 아유무를 도움으로써 자신의 과거에서 구원받은 것처럼.
현재 9권까지 나온 <라이프>는 일본에서 통합 1천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