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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내가 지킨다!
2001-02-13

쾌락의 급소 찾기 23탄...가장 열정적인 선생님은?

"교실이 무너졌다."는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천장이 폭삭 주저앉아 수십 년 간 쌓인 비둘기 배설물이 쏟아져 내리는 대참사를 경험했기에 교실 붕괴의 위험성을 잘 안다. 문제는 달아나 버린 어른 비둘기들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버둥거리는 새끼 비둘기들이다. 그때는 학급 어린이 회의를 통해 필자가 비둘기의 양육자로 간택이 되었지만, 오늘의 붕괴된 교실에서는 더 큰 양육자가 필요한 것 같다. 무너진 교실에서 아우성치는 것은 선생님보다도 몸집이 큰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주먹으로 말하다

<아홉 개의 빨간 모자>나 <캔디캔디> 같은 고전적인 만화에서는 불쌍한 고아 아이들을 돌보는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많이 등장했다. '선생님의 도리'라는 것이 분명했던 시절이고, 아이들도 그들의 대의명분에 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폭력 써클이 판을 치고, 발랑 까진 중학생이 젊은 여교사에게 "선생님, 남자랑 자보긴 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이 시대에 막연한 헌신성은 쉽게 공감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지금의 만화에서 교사란 너무나 존재감이 없어, <골때리는 연극부>의 고문 선생님처럼 방귀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 옆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나약한 인간형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카리스마의 선생님으로 만화 속의주인공이 되려면 전혀 다른 전략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반항하지마!>의 영길(오니즈카) 선생 노선이다. <상남 2인조(湘南 純愛組)!>로 고교 귀폭(鬼爆)의 신화를 만들어낸 후지사와 토오루는 이와 같은 고교 폭주족 출신이 교사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고교 중퇴 후 검정 고시로 대학을 가서 예비교사 생활을 하게 된 (Great Teather Onizuka, 반항하지마!의 원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영길은 예쁜 여학생과 불륜의 연애를 벌여볼 생각으로 중학교 교사가 된 철면피에 파렴치한 임시 교사. 게다가 문제아들만 모아 놓은 학급을 맡으면서 학교에는 거센 폭풍이 몰아친다. 그러나 학생들보다 더 날뛰고 막 나가는 날라리 깡패 선생은 서서히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나오도록 한다. 어찌 보면 너무나 대책없는 선생님. 그러나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자비한 폭력 조직이 지배하고 있는 학교에 풋내기 교사가 등장해, 발군의 주먹으로 그들을 응징하고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펼치게 된다는 설정은 이미 분명한 장르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동경대 이야기>의 에가와 타츠야는 원래 고교 수학 교사 출신인데, 그의 데뷔작인 에는 수학 교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장래 문부 대신을 꿈꾸는 이 청년은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폭력조직의 횡포와 그것을 방관하는 학교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와 맞닥뜨린다. 결국 그 스스로 폭주의 교사가 되어 화려한 액션 활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밑바닥에는 작가 스스로의 고집 있는 교육관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른바 해결사 선생님이라 불릴 수 있는 이 계보에는 <빅 매그넘 흑암 선생> 등의 작품이 있다.

<로꾸데나시 블루스>로 학원 액션 만화에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낸 모리타 마사노리도 <루키즈>를 통해 그만의 교사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옛 학교에서 학생을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 잘리게 된 교사 카와토는 야구장 폭력으로 망가진 학교에 부임해 새롭게 꿈을 펼쳐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꿈을 가지고 살아보자."는 열혈 교사의 주장은 너무나 시대 착오로 보이고,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너무나 진지한 그의 열정은 점점 우리가 진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정말 요즘은 꺼벙하고 뜨거운 70년대 스타일의 티처는 드물거든요." 교무실에 찾아온 여학생이 놀리는 듯 전하는 한마디. 그러나 그 잃어버린 70년대의 열혈이 다시 피어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준다. 카와토는 야구부를 장악한 폭력 학생들을 무서워하며 도망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밟아 없애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을 바꾸려는 것이다. 이미 '바꾼다'는 것에 절망한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그래도 만화 속에서나마 실현되는 그 모습에 새롭게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들의 진짜 '힘'

이들 선생님들은 그래도 학생들을 제압할 '주먹'을 지니고 있다. "선생님 강하시네요." 이것이 폭력배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범대학의 교과 과정에 격투기와 병영 집체 훈련 과목을 넣어두어야 할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전혀 다른 방향의, 그러나 힘있는 선생님 상을 보여준다. 절대로 이율배반하지 않는, 자기 원칙에 철저하고 잘못을 사죄할 줄 아는 선생님. 너무나 고전적이지만, 그래서 이 현실엔 더욱 희귀한 선생님의 상이 거기에 그려지는 것이다. 펑크 머리를 뾰죽 세우고 귀걸이를 주렁주렁 단 학생도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바로 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스타일을 인정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유교수가 보여주는 진짜 선생님의 원칙과 관용이다.

3월이 오면 또 새로운 희망을 안고 첫 학교에 발을 들이미는 새내기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다. '교실의 사계 시리즈'로 그려진 <구슬이 운다>에는 그와 같은 신참 내기 선생님이 섬 분교에 임시 발령을 받는다. 매일 아침 바다새의 울음소리에 잠을 깨는 신선한 체험 속에, 그녀는 작지만 따뜻한 학교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사실은 무소불위의 귀폭 선생님보다는 이러한 순수한 선생님이 더욱 보고 싶다.

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중 www.sugarsp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