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아우구스트 알트 지음 l 김태환 옮김 l 뿌리와 이파리 펴냄
‘수구 꼴통’에 이어 ‘꼴통 좌파’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바야흐로 꼴통의 전성 시대인가? 꼴통은 골통, 그러니까 머리를 가리키는 속된 말이었는데 발음이 거세어져 꼴통으로 바뀐 것이라 한다. 꼴통의 사례? 방송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꼴통 증세를 보인다. 드물게나마 토론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꼴통 출연자들의 꼴사나운 억지에 묻혀버리곤 한다. 토론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십상이다.
철학박사로서 수사법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는 토론의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면서 올바른 토론을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사항은, 진술에 입각해 질문을 던질 것, 토론의 대상이 되는 문제에만 집중할 것 등이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토론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럴듯하다. 초점에서 벗어나고 주제와 상관없는 말만 내뱉는 토론자가 많다. 더구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그런 ‘꼴통’ 토론자에게는 주장 자체와 문제 자체에 집중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예컨대 이런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게 좋다. ‘날 공격하지 마시고 나의 주장을 공격해보세요.’ ‘날 비판하지 말고, 내가 방금 한 말을 비판하십시오.’ ‘내가 이 문제에 관해 말할 자격조차 없는 문외한이라면, 전문가인 당신 같은 분이 내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겠네요. 어서 반박해보시죠.’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반드시 이런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의견을 말하면 습관적으로 “맞습니다. 다만…” 혹은 “일리가 있는 말씀이지만 우리는 이런 점도 고려해야겠죠”라는 말로 응대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는 척하면서 곧바로 정반대 주장을 펼친다. 사실은 털끝만큼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럴 때는 이렇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신은 내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러면 당신의 반론에 대해 한번 얘기해볼까요?”
이 책을 읽고 퍼뜩 든 생각 하나.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의무적으로 토론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건 어떨까? 저자의 말대로 ‘올바른 논쟁과 토론은 학습을 통해 익혀야 하는 기술’이라면, ‘참을 수 없는 토론의 지리멸렬함’은 학습을 통해 익히지 못한 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