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판계에는 티베트 산업(Tibet Industry)이 형성되어 있다. 때로는 유망한 상품 아이템이 나와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기도 하는 산업이다. 성격은 주로 티베트의 종교나 정신세계를 주제로 하는 책이나 여행기이며, 명상 서적이니 구도(求道) 서적이니 하는 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 산업의 결과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오염된 현대 문명과 대비되는 고원한 정신세계가 살아 있는 곳, 서구 문명의 폐단에 대한 정신적 치유 대안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티베트에 고원한 정신세계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이 정신적 치유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티베트 산업이 흥하는 가운데 우리는 티베트라는 땅과 그 땅에 사는 사람, 그 사람들이 지내온 내력, 사회, 종교, 관습, 예술 등에 관한 ‘신뢰할 만한’ 지식을 얻지 못하고 있다. 티베트를 신비화하는 글이나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인상기를 통해서만 티베트를 접해온 것이다. 티베트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저자가 쓴 신뢰할 만한 책이 나왔다. 독일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하여 파리 동양언어연구소, 파리 고등학술연구소, 콜레주 드 프랑스 등의 교수를 지낸 티베트학의 권위자 롤프 A. 스타인(1911∼99)이 쓴 <티벳의 문화>다.
티베트인을 목축에 종사하는 유목민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베트 관련 TV다큐멘터리를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스타인에 따르면 티베트 경제는 동아시아 초기 문명에서 발전된 곡물농업과 축산농업에서 파생되었고, 특유의 고산지 환경 때문에 다른 동아시아 지역과 약간 다르게 되었을 뿐이다. 티베트를 평등이 구현된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타인의 이런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계적 구조는 언어에서 강력하게 표현되고 있다. 언어는 윗사람과 이야기할 때와 대등한 사람이나 아랫사람과 이야기할 때가 완연히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와 가족, 정신적 관계 등 인간 교제의 모든 영역에도 해당된다.”
티베트 문화를 전적으로 외부와 고립되어 발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중국 문화의 영향이 컸던 것은 물론이고 투르크, 인도, 몽골, 페르시아, 아랍 등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티베트의 종교, 습속, 민간 전승, 과학 등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우리가 티베트 산업을 통해 지금까지 접한 티베트와는 사뭇 다른 티베트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그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문화가 남겨놓은 증거들을 천착하면서 수용할 절호의 시간이다.” [롤프 A. 슈타인 지음/ 안성두 옮김/ 무우수 펴냄]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