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요인에 관해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개인 차원의 요인과 범인과 범죄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물론 그 두 가지 성격의 요인은 얽혀 있는 게 보통이다. 비만이 범죄는 아니지만 비만의 요인도 개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비만은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게으름에서 비롯된 문제로 치부된다. 몸무게가 0.1t에 조금 못 미치는 필자가 느끼기에는.
저자 그렉 크리처는 비만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학교, 사회, 국가가 함께 맞서야 할 공공의 적으로 지목한다. 그는 어느 날 운전 실수를 해서 다른 운전자에게 ‘조심해 뚱땡아!’라는 욕을 먹었다. 뚱뚱한 사람은 운전도 더욱 조심해서 해야 하나? 열받은 게 아니라 충격을 받은 그는 체중 감량에 돌입하여 목표를 이뤘다. 그는 되물었다. ‘나는 어떻게 살을 뺄 수 있었을까?’ 남다른 의지력 때문에? 아니다. 살 뺄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사회 계층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살 돈도 있었다. 2주에 한번 병원에 가서 유능한 의사도 만났다. 집 근처에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공원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이 뚱보 나라가 된 것은 미국인들이 의지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약해서가 아니다. 먹는 것을 통해 치부하려는 식품업체들의 교묘한 마케팅, TV의 영향력, 학교 체육과 국민 건강에 소홀한 정치권의 협공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대부분의 음료에는 ‘액상 과당’이라는 게 들어 있다. 이 액상 과당의 원료는 고과당옥수수시럽인데, 값도 싸고 맛도 뛰어나다. 그런데 이 과당은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간에 도달한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정치권은 소비자들의 식품가격 불만을 잠재우기 고과당옥수수시럽을 대량 수입하기 시작했고, 이후 30년 만에 그 사용량이 10배 늘어났다.
비만이 주제라면 패스트푸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패스트푸드가 음식에 대한 인간의 자제력을 무너뜨리는 주범이며, 미국은 자신들을 비만에 빠뜨린 패스트푸드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세계 최대의 비만 수출국이라고 비꼰다. 살이 찌거나 그 살을 빼서 날씬해지는 게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면, 개인이 자신의 욕망과 몸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거창하게 말해서 ‘주체의 자율적 자기 관리’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비만의 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던져진 철학적 질문이다. [그렉 크리처 지음/ 노혜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