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한국배우>(백은하 글/ 손홍주 사진/ 해나무 펴냄)
백은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재주 많고, 발 넓고, 꿈 많은 사람. 그녀가 쓰는 스타들에 관한 인터뷰는 어쩌면 글쓴이의 개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글인지도 모른다. <우리시대 한국배우>는 우리 시대 주목받는 배우 스무명에 관한 글을 싣고 있다. 최민식과 전도연, 송강호, 장동건 등 스타에서 고두심에서 윤여정, 주현에 이르는 배우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백은하라는 필자의 생명력이 넘치는 글, 그리고 인물의 눈빛을 적확하게 포착하는 손홍주의 사진이 호흡을 함께한다.
<우리시대 한국배우>의 재미는 배우의 프로필을 새삼 확인하는 것에 있지 않다. 스크린 너머 외롭게 독자, 혹은 관객의 눈길을 요구하는 스타들의 속내를 엿보는 것에 가깝다. “장동건이라는 추리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물론 동명의 남자 장동건이다. 장신에 건장한 몸, 눈은 송아지같이 큰 편이며 게다가 그속엔 알 수 없는 우수까지 깃들어 있다”, “이나영은 나무 같다. 아름답고 가녀린 한떨기 꽃이라기보다 씩씩하고 건강한 나무. 열린 창문 너머 점점 푸른 빛을 발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이 문장들은 일상적 저널의 진부함, 그리고 기자의 딱딱한 문체보다 생동감 있고 발랄하다.
백은하라는 필자는 사람의 아픔에 예민한 것인지 모른다. “배우라는 사람들, 연기라는 것 자체가 정신질환 같은 일이에요. 그 행위 자체가 미쳤죠. 그런데 어쩌나, 그렇게 풀어버리고 나야, 그렇게 질러버리고 나야 속이 시원한 걸. 그러니까 배우라는 게… 축복받은 한편 참 힘든 업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인 거죠.” 배우 고두심의 고백을, 몇줄의 글로 요약하고 표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고 그것을 함께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책의 추천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책을 내는 백은하가 부럽다. 이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자신이 사랑하는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사족을 달면, 돌진하는 열정이 부럽고 예쁘다. 개인적으로 백은하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에 등장하는, 가끔 쓰러지고 부상당하지만 쉼없이 주먹을 날리며 권투를 하는 주인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다. 그녀의 다음 스파링 상대는 누구일지, (사람이 아니라 추상적 대상이 될 수도 있겠고…) 문득 궁금해진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