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라는 졸저를 출판한 적 있다. 일본 성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다루겠노라는 나름의 기획의도였다.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라는 책을 당시 참고서적으로 열심히 탐독했던 기억이 있다. 헬렌 매카시와 조너선 클레멘츠라는 인물은 일본 애니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헬렌 매카시는 <아니메 무비 가이드> 등의 저서를 낸 적 있으며 드물게 일본 애니에 관한 전문서적을 몇권 집필한 적 있다. 조너선 클레멘츠는 <망가 맥스> 등의 편집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양인으로서 대표적인 일본 애니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저자들이 일본의 성인애니에 관한 전문서적을 출판했다는 것만으로, 이 서적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Erotic Anime Movie Guide, 헬렌 매카시, 조너선 클레멘츠 지음/ 한창완, 이정훈 옮김/ 현실문화연구 펴냄)의 구성은 광범위하다. 먼저, 역사적인 경로를 되밟는다.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비롯된 일본 애니의 역사, 그리고 성인애니의 초창기로부터 고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장르 연구로 건너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일러문>이나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의 TV애니, 그리고 소년, 소녀 애니메이션의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특정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성적 암시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크림 레몬>이나 <우로츠키 동자> 등 좀더 본격적인 성인애니메이션을 다루면서 신체적 은유와 정신분석적 연구를 작품에 직접 대입하는 설득력 있는 고찰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일본 성인애니메이션이 다른 매체, 즉 게임 등과 어떻게 융합하고 있는지를 추가하면서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는 명실상부한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서적으로서 손색이 없다.
접하기 쉽지 않았던 에피소드들도 있다. <우로츠키 동자> 등의 애니가 영국 등에서 검열의 손길을 피해가지 못한 것, 그리고 다른 애니들이 일본에서 서양으로 건너왔을 때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 등이 흥미롭다. 역자들은 “성인용 애니는 충분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영상언어의 흥행성과 대중성, 그리고 표현담론의 간접적 기능까지 시장에서 영상기호가 호명하는 복합적 전략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번역의 이유를 밝힌다.
김의찬/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