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털도사>는 1984년 <새벗>이라는 잡지에 ‘도사님 도사님 우리 도사님’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해 여러 매체에 에피소드별로 연재된 독특한 작품이다. 그중 첫 시작격인 작품이 이번에 출간된 <머털도사>다. 누더기 도사와 왕질악 도사의 양강 구도에 꺽꿀이가 등장한다. 전형적인 선악구도로 되어 있는데, 설정의 구도와 독특한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다. 머털도사가 머리로 코를 가리게 된 사연도 등장하는데, 유머러스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꽤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머털도사와 108요괴>는 108요괴를 잡는 이야기인데, <머털도사>보다 개그센스가 뛰어나다.
20년이라면, 이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청년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 머털도사는 새로운 세대에게 다가간다. 만화의 힘이라는 것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데서 시작된다. 만화는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을 이어준다. <머털도사>는 그 연결고리가 된다. 작품만으로 봐도, <머털도사> <머털도사와 108요괴>는 잘 만들어진 어린이 만화다. 2000년대 들어서 ‘학습만화’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만화 시장이 각광받고 있지만, 50년대 이후 한국 만화를 끌어온 힘은 어린이 만화에 있다. 만화는 어린이들에게 풍부한 상상의 세계와 이야기의 즐거움과 다양한 지식을 안겨준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만화에 든든하고 안정적인 시장이 되어준다. 제대로 된 어린이 만화잡지 한권이 없는 2004년 오늘, 어린이 만화가 ‘학습’이라는 분칠을 하고 팔리는 오늘, <머털도사>는 어린이 만화로 시장에서 정당하게 승부한다. 독자를 믿고 좋은 작품을 만들면 팔리게 되어 있다. 이건 아주 당연하고 쉬운 진리다. 여유있는 선은 그대로인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컬러를 덧칠해 조금은 어색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이라 생각하고 이쯤은 넘어가자. 가격이 만만치 않다. 1만5천원과 2만2500원이다. 비싸다. 이후 저렴한 페이퍼 북으로 재출간을 권한다. 그때는 컬러도 빼줬으면 좋겠다.<머털도사>의 작가 이두호는 2004 SICAF 코믹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며, ‘솔직하자’라는 화두를 던졌다. 솔직하자. 만화가도, 출판사도, 독자도, 그리고 만화도.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