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판형의 여성 만화월간지 창간, 유통은 정기구독자 중심으로
전사자가 속출하는 전장에서 새로운 잡지가 창간됐다. <허브>(Herb)라는 예쁜 이름의 잡지는 초록색으로 제 색을 무장하고 손에 잡히는 소설책 판형에 256쪽 분량으로 태어났다. 생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한 정기구독. 5천명의 정기구독자가 목표란다. 참 소박하다. 이름처럼 작고 소박한 꿈이다. 만약 5천의 독자로 이 잡지가 생존된다면, 나는 그중 1%라도 모아볼 참이다.
<허브> 창간호에는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보통 만화잡지를 창간하면 간판으로 한두명의 작가를 민다. 잡지 표지에도 간판 작가의 작품은 큰 활자로 적시된다. 하지만 <허브>는 <오후>에서 보여준 전략을 따라 모든 작가의 비중이 동일하다. 즉, 김진에서 난나에 이르는(배열 순서임) 12명의 작가가 자기에게 주어진 페이지에서 최선의 경주를 다한다는 말이다. 작품의 다양성은 만족이다. 연재극화와 단편의 배율도 적절하다. 박연이나 우양숙, 오경처럼 90년대 중반 이후 연재할 매체가 없어 고심하던 중견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보는 재미도, 그 작품에서 발견하는 힘을 보는 감동도 있다. 말리나 변미연, 에호나 임현정 같은 신인작가들의 작품도 힘이 넘친다. 중견작가와 신인작가의 조화가 제법이다.
아쉬운 것은 인쇄의 질이다. 장마철에 찍어서 그런지 먹이 많이 올랐다. 안 그래도 먹이 많이 들어간 작가들 작품에 먹이 더 오르니 괴롭다. 가장 큰 희생자는 김진이다. 이제 창간호다. 10여년 전부터 만화세대였던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정기구독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기를 빈다.
한편, 7월23일자로 어처구니없는 기사가 <동아일보>의 온라인 사이트를 장식했다. ‘작전돌입! 휴가철 공짜로 만화보기’라는 기사가 그것이다. 인터넷 무료만화 서비스 혹은 무료만화 신문을 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만화의 참재미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가지 만화는 아직까지 조악하거나 겨우 4쪽 연재로 연재만화다운 맛을 느낄 수 없다. 인터넷의 만화방 서비스는 출판만화를 스캔해 열악한 화질로 그저 그런 대량생산 만화를 보는 정도다. 게다가 만화를 사랑하고 한국 만화를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얼마나 한국 만화를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휴가철이다. 만화를 보자. 만화를 보기 위해 서점을 찾아가자. 그리고 새롭게 창간한 어린 잡지에 희망의 물을 주자.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