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포털 사이트의 만화서비스
‘다음’(www.daum.net)에서 만화를 서비스한다는 사실을 꽤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들어가보지 않았으면서도 무언가 ‘창작만화’를 서비스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2003년에는 준비한 국제세미나의 웹 캐스팅을 부탁하기도 했다. 당연이 무산되었지만, 나는 그때 왜 무산되었을까 의심하지도 않았고 다음의 만화코너에 들어가볼 생각도 안 했다.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하다, 다음에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만화웹진’이 주간지로 창간되어졌다는 게시물을 보고, 다음만화코너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깊은 절망과 충격을 받았다. 다음만화코너는 거의 완벽한 온라인 만화방이었기 때문에. 그곳은 거대한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만화의 새로운 시도도 없고, 변변한 신인작가의 작품 하나 없고, 제대로 된 저널조차 없는 거대한 만화의 무덤과 같은 만화방이었다. 그 안에는 1970∼80년대의 명랑만화에서부터 시작해, 이른바 만화방 만화라 불리는 대량생산만화에 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들, 그리고 일본 만화들까지 모든 만화들이 ‘모여’ 있었다. 딱 거기까지. 그게 다음만화코너의 전부다.
이건, 아니다. ‘다음’이라면,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포털 사이트가 아닌가? 코스닥에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기업이 아닌가? 이러한 거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만화사업이 기껏 만화방 사업이라니. 고작 몇 사람 인건비를 투자하고, 기존에 운영되던 만화 사이트들에서 정보를 제공받아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만화방을 운영하는 일이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디지털, 온라인 인프라를 갖춘 다음에서 해야 할 일인가? 이건 한국만화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안다. 주간 만화잡지도 운영한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 잡지는 다음의 순수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획의 암울함에 더 큰 절망을 느끼겠지만) 박봉성, 고행석, 조명훈, 김철호 등 작가진의 구성을 보니 2003년 여름에 출발한 바로 주간 <대한민국 만화중심>의 라인업처럼 보인다. 우리 만화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민하지 않고, 만화의 대안을 만들어낼 생각도 않으면서, 무언가 만화계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착각하고 무게잡고 행동하면 안 된다.
이건 정말 아니다. 왜 남의 사업(그것도 조금만 투자하고 큰 돈을 벌어주는, 몇년은 땅짚고 헤엄치기인 사업)에 딴죽을 거느냐고 기분나빠하겠지만, 인터넷이 오직 만화방을 대체할 새로운 만화방의 윈도로 활용되면 한국 만화의 미래는 없기 때문에 나는 다음만화코너를 꼭 집어 비판하는 것이다. 한국의 거대한 디지털 인프라가 만화에 주는 희망은 이런 거대한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부유하는 젊고 새로운 창작자들뿐이다. 왜 자본은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할까? 왜? 왜? 왜?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