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정치풍자 패러디물의 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만화가 자리잡고 있다. 고도로 숙련되어 잘 그려진 만화를 소비하던 독자들은 디지털 툴을 활용해 스스로 만화를 생산하고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생산된 만화는 자연스럽게 게시판을 통해 복제되어갔다. 대중매체가 등장하며 시작된 근대만화 이래 가장 놀라운 변화다. 독자들은 만화의 미학적 특징과 형식적 특성을 몸으로 채득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생산했다. 지난 3월24일 경찰에 구속된 권세일도 그런 독자의 하나다.
탄핵정국이 본격화되기 이전, 그는 김성모 만화를 재해석해 새로운 만화를 만들어내는 요상한 재주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가 보여준 불멸의 히트작은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배운 지식을 동원해 한나라당을 풍자한 ‘병렬연결의 특징’이라는 만화였다. 아무리 연결하고 연결해도 빛의 밝기는 변화가 없고, 다른 사람에 의지해 긴 수명을 자랑하고, 한두명쯤 빠져도 빛의 변화가 없다는 그의 일갈은 한국의 후진적 정치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었다. 그는 화려한 디지털 편집기술을 활용해 스타크래프트의 화면을 활용해 탄핵안 의결과정을 묘사한 작품과 사진을 활용한 <그들만의 화이트데이> 등을 연속해 발표했다. 그런 그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이란다. 잡을 사람들이나 잡아라. 이건 또 하나의 코미디다. 수많은 패러디 이미지와 만화들 사이에서 권세일의 만화를 골라내 그를 잡아가둔 것은 명백히 ‘한 사람만 작심하고 패’는 상투적인 방법이다. 권세일의 사례로 과연 자유롭게 생산과 소비를 즐기던 패러디 만화의 도도한 흐름을 꺾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권세일은 풀려나야 하고, 패러디 만화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태에 임하는 ‘젊은’ 만화가들의 모습을 소개하려고 한다. 강도영의 발의로 시작된 탄핵반대 릴레이 만화는 25일 현재 22번째 만화까지 발표되었다. 만화가들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가슴으로 이번 사태의 부당성을 이야기한다.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서 볼 수 있지만, 강풀닷컴(www.kangfull.com)에 들어가면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