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고?
지난 6월 말 전세계 <스타워즈> 팬들은 경이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스타워즈>의 온라인 게임판인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던 것. 한국을 중심으로 해서 전세계적으로 이른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가 선풍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스타워즈>라는 차별화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MMORPG의 출시는 비단 <스타워즈>의 팬들뿐만 아니라 게임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루카스 아츠사와 소니 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2000년부터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통해 개발을 진행해왔고, 그 과정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기다리던 이들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분열된 제국>(An Empire Divided)이라는 부제를 가진 <스타워즈 갤럭시즈>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은 않다. 당장 서비스를 개시한 날부터 서버가 접속자 폭주를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로 준비가 허술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 물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팬들이 한꺼번에 가입을 시도해 일어난 것으로 게임 서비스 자체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넘게 가입되지 않아 게임을 즐길 수 없었던 이들이 느낀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하다. 게다가 약 50달러를 내고 패키지를 산 뒤 매달 약 15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요금 시스템도 이용자들에게는 큰 불만사항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MMORPG가 활성화되지 못한 미국 시장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초기에 별도 패키지를 판매해 이중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 그 밖에도 이용자 수 증가에 따라 향후 확장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속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점도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매트릭스 온라인>의 티저 광고.
<매트릭스 온라인>의 컨셉 아트.
지난 여름 오픈한 <스타워즈 갤럭시즈>.
<반지의 제왕>을 기반으로 해 만들어지고 있는 <중간계 온라인>.
그렇게 <스타워즈 갤럭시즈>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성공적인 SF영화를 기반으로 한 또 한편의 MMORPG가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얼마 전 3부작 중 마지막을 선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매트릭스> 시리즈다. 물론 3편을 통해 마무리된 <매트릭스>의 서사가 완결성 측면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인지, 그리고 향후 <스타워즈> 시리즈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매트릭스 온라인>이라는 제목으로 내년에 선보이게 될 MMOPRG가 <스타워즈 갤럭시즈>와 비슷한 혹은 그를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런 예측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스타워즈 갤럭시즈>처럼 텍스트의 ‘서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게 마련인 기존의 MMORPG와 달리 <매트릭스 온라인>은 영화가 선보인 새로운 영상 기법들을 게임 속에 재현해내는 데 충실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와이어 푸’(Wire Fu)라 불린 와이어액션 쿵후와 ‘블릿 타임’이라 일컬어지는 슬로모션 액션 등이 게임 속에서 그대로 녹아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시로 문을 연 공식 홈페이지도 이러한 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처음 <매트릭스>가 개봉되었을 때 관객이 느꼈던 시각적 충격을 게임 안에서 재현해내는 것을 지상목표로 해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게임 설정이 빈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엔터 더 매트릭스>처럼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참여해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 이후 매트릭스 속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매트릭스 밖의 시온이나 머신 월드 등 실제 세계는 게임의 공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제작자인 조엘 실버는 그러한 <매트릭스 온라인> 내용에 대해 “이 시점에서 전세계 수많은 네티즌들이 <매트릭스 온라인>에 접속한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약간의 차이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영화 속 매트릭스의 세계와 똑같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매트릭스 안에서 또 하나의 정체성을 보유하게 될 것이며, 영화에서와 같은 모험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에서처럼 사용자 중 누군가는 ‘그’나 ‘에이전트’와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대단한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간적, 금전적으로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내년 중에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개시될 때까지, 많은 <매트릭스> 팬들과 게임 마니아들은 설렘을 안고 기다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공식 홈페이지는 뉴스레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팬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매트릭스 온라인>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서비스가 진행 중인 <스타워즈 갤럭시즈>는 물론, 역시 내년 서비스를 목표로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반지의 제왕>을 기반으로 한 <중간계 온라인>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시작된 북미 MMORPG 시장의 경쟁에서 기선을 잡지 못할 경우, 제아무리 <매트릭스>에 기반했다 하더라도 도태될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철민 /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 <매트릭스 온라인> http://thematrixonline.warnerbros.com
▶ <스타워즈 갤럭시즈>http://starwarsgalaxies.station.sony.com
▶ <중간계 온라인>http://www.lotr.com/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