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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자료원이 펴낸 <남정현 문학전집> 1,2,3
2002-11-07

개결과 풍자

내가 알기로 한국 현대소설가 중 성품이 남정현만큼 개결한 사람은 없다. 동시에 소설작품이 그리 끈질기고 지독한 풍자로 투철하고 일관된 경우도 없다. 개결의 극단이 풍자의 극단을 낳는(혹은 극단에 달하는) 한국문학사상 희귀한 광경을 가능케(혹은 불가피하게)한 것은 해방에서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진 ‘오랜 비극’이고 4·19 민주혁명이 5·16 군사쿠데타로 실종되는 일순의 낭떠러지다.

결핵에 시달리던 그는 1958년 등단 3년 만인 61년 <너는 뭐냐>로 동인문학상을 받으며 말 그대로 문단의 총아가 되었으나 1965년 발표된 <분지>(똥땅)로 반공법 필화 구속, 2년 뒤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문단 주류에서 급속히 밀려났다.

누이동생의 ‘국부’가 본토 부인 것만 못하다며 스미스 상사가 밤마다 학대하는 것에 ‘의문’을 느낀 홍길동 10대손 홍만수가 때마침 방한한 본토 부인 ‘치부’의 면적을 향미산에서 살펴본 죄로 ‘펜타곤이 동원한 공식 집계’, ‘대한민국 1년 예산’ 금액의 군비에 폭격당해 죽기 직전 몇 십초 동안의 어머님 전상서격인 ‘분지’는 총격이 컸던 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공동을 남기고 곧 잊혀졌지만 남정현의 작품활동은 드믄드문 이어졌고 개결과 풍자정신의 날선 대비는 갈수록 시대보다는 그의 몸을 깎아먹었고, 1974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되고 난 뒤에는 그 현상이 더 심해졌다.

<분지>가 재발표되고 재조명을 받은 것은 1986년 민주화 대항쟁이 노동자 총파업으로 이어지던 1987년, 당시 또한 문단의 총아였던 윤정모 단편집을 계약해주는 조건으로 남정현 대표소설선 <분지>가 나오고부터다.

그뒤 그의 집필과 ‘활동’은 완연 활발해졌다. <창비>와 <실천문학> 등에 단편을 발표하고 <다리>에 장편을 연재하고 , <작가>에 산문을 연재하는 동안 ‘핵무기 철폐’, ‘제3세계 문학인대회’ 건으로 일본을 두 차례 다녀왔고 지금은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이며 펜클럽 이사다.

하지만 그의 ‘몸 깎기’는 여전하다. 그는 전신쇠약증이 극심하여 길을 다니다가 한번 쓰러지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마침내 육체를 지배하는 개결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풍자정신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이 볼 때, 육체에 깃든 죽음의 모습은 우스꽝스럽지 않냐고, 묻는 것처럼. 그의 사고와 미학의 구조가 충분히 복잡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풍자로서 응축을 지향하는, 엄정함은 대단히 혁명적이다.

칠순을 맞은 그의 전집은 단 2권, 나머지 한권은 연구자료와 논문, 그리고 재판(변호)기록으로 꾸며졌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