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환하게 웃으면서 봤던 게 <열대펭귄 페닝>이다. 오는 12월 MBC에서 방영될 예정인 <열대펭귄 페닝>은 보는 사람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는 3D 시트콤애니메이션이다. 일단 밝은 색감과 경쾌한 음악이 압도적이다. 초록색 잔디밭 위를 통통 날아다니는 무지개 빛 기구를 보고 있자니 장난감 마을이 저절로 떠오르고,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니 동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달나라에 사는 토끼는 떡방아를 찧는 게 아니라 자기 얼굴을 새긴 파이를 만들고 있고, 귀여운 우주선이 별사탕같이 생긴 행성 사이를 지나다닌다. 게다가 외계인은 펭귄 모양!
이야기는 달나라에서 돌아오던 외계인들이 호두 모양의 행성을 피하려다 남극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된다. 지구에 도착한 코코스 행성 외계인들은 처음에는 얼음과 눈 때문에, 다음에는 자기들과 닮은 펭귄을 보고 놀란다. 자기들하고 닮았으니까 의심할 것도 없이 펭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된 생물이라고 생각한 외계인들은 갖은 노력 끝에 알 하나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우주선을 발진시켜 떼로 덤비는 펭귄들을 겨우 따돌리자, 이들은 펭귄 알을 가지고 온갖 실험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알이 제멋대로 콩콩 뛰더니 우주선에서 몸을 던진다. 그러더니 떨어진 곳이 닭 모양의 건물, 양계장이다. 여기서 부화한 주인공이 바로 추운 걸 싫어하는 희한한 펭귄 페닝이다. 펭귄 주제에 춥다고 목도리까지 척 두르고 다니는 이 녀석은 천진난만함 하나 가지고 거친 세파를 헤쳐간다.
둘리가 길동이네 집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살았다면, 페닝은 어쩌다가 눌러앉게 된 동물병원에서 원장의 구박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멋대로 산다. 자린고비에 결벽증인 동물병원 원장은 페닝과 도넛 가지고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원장님의 소중한 무남독녀 멜로디는 페닝을 보호해준다. 졸리면 무턱대고 자고, 추우면 보일러 틀고, 뻐근하면 전자레인지에 들어가 사우나하고, 배고프면 원장이 숨겨놓은 도넛 찾아 먹고, 결정적으로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골칫덩어리의 이야기가 <열대펭귄 페닝>이다. 유유상종인지 주변 인물들 또한 만만치 않은 강적이다. 나무늘보같은 치타, 풀먹는 사자…, 동물병원 가족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작품이라면 너무 과장일까.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앤캐릭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하는 이 작품은 애초 12분 52부작으로 제작됐으나 방송 포맷에 맞춰 26부작으로 방영될 계획이다. 25분 26부작이 되는 셈인데, 시트콤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잘된 것 같다. 현재까지 앤캐릭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플래시가 11여편, 디지털드림스튜디오가 제작한 방송용 애니메이션이 2편 나왔다.
그동안 진지한 작품을 해온 디지털드림스튜디오로서는 밝고 유쾌한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부자연스럽고 기계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3D 영상이 따뜻하게 보이는 건 역시 알록달록 환한 색감 때문일 것이다. 온미디어에서 제작한 음악 또한 대사 없이도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그대로 전해준다. 애니메이션에서 비주얼 이상으로 사운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열대펭귄 페닝>의 가치는 생각할 만하다.
그나저나 페닝이란 녀석, 능력도 좋지. 천진난만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어디 페닝처럼 사는 방법 없나?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