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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청소년문학상 문예캠프>를 가다
2002-08-14

문화 `관광`과 문화 `예술`

‘업무 혹은 임무’에 골똘히 빠져들며 ‘단호한’ 결론을 내리거나 ‘반문’을 던질 때 인상이 진지하다 못해 무서워(?)지는 게 흠이지만 곽효환은 “나이의 파격”이 허락된다면 문광부 장관 자리에 가장 어울릴 자다. 착하고, 시인이며, 무엇보다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으로, ‘남의 돈’(재단 예산) 나눠주는데 애정과 과학의 최적(최적) 변증법을 알기 때문이다, 라는 것은, 문화‘관광’부보다는 문화‘예술’부가 맞고, 문화예산은 돈이 돈을 낳는 사업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로서 문화예술에 투자되어야 하며, 우리나라 최고위 행정 책임자들이 너무 ‘실무에 치매’인 나이 혹은 (정치적)상태며, 마지막으로, 진지함이 진지할수록 여유와 웃음을 거느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뜻이겠다.

어쨌거나, 그런 실무대장 곽효환과, 위로 ‘나이의 웃음’을 터득한 이상철(재단 상임이사), 아래로 마냥 친절하고 코믹한 전성우와 (물론, 아리따운) 직원 아가씨들이 마련하고, 외모가 소탈한 호치민을 닮았지만 소설의 ‘냉혹=인자’(소설은 냉혹한 기법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므로 인자한 미학이다) 자체를 더 닮은 이동하, 얼굴은 뭔가를 지워버린 듯 막연하지만 정통 문체의 품격과, 얼굴을 보상하듯 파란만장한 시공 초월 상상력의 결합이 바야흐로 ‘절벽=절정’의 진경을 보이고 있는 최인석, 커다란 눈매가 ‘서늘의 극’에 달하여 스스로 겁먹기는커녕 상대방을 일찌감치 주늑들게 하면서도 내용이 예리하되 표정의 문체가 우아한 고전-귀족미를 풍기는 서하진을 소설부문 심사위원으로, ‘우랄알타이들’의 역사 행로를 발로 또 ‘학구적’으로 답사-연구한 경력과 생애 무단한 산행 및 ‘소주 혹은 동동주’ 경력이 어우러져 환갑 ‘나이의 대륙성’을 과시하는 오세영, ‘서정적 섬세’의 결 속을 찬찬하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다른 한편 젊은 나이인데도 대한민국 절이란 절은 안 가본 데가 없는, 그렇게 보면 시 속에 ‘인생=사찰행’의 진리를 형상화하는 나희덕을 시부문 심사위원으로 벗한 천안 교보생명 인재개발원‘문예캠프’ 2박3일은, 아무리 ‘외박’(우리 집은, 마누라가 출근하는 아침 7시 이전에만 귀가하면 ‘외박’이 아니다)을 싫어하는 나지만 즐거울 밖에 없었겠다.

아이들은 싱그럽고 풋내나는 대로 ‘말’(馬)만 했다. 작품들도 대체로 그랬다. 이동하-최인석은 충분한 심사시간에 크게 안도하고, 서하진은‘청소년 작품은 밝아야 한다’는 ‘정설’을 타파, ‘개성적’을 선동(?)하고 오세영은 ‘스토리 시가 아닌 사물 핵심 통찰 응축의 시’를 일갈하고 ‘어린’ 나희덕은 작품들 살피고 또 살피느라 모종의 다리가 아팠다. 내내 통유리 창 밖으로 비가 내려 라운지는 천장 높은 ‘어항 속’ 같고, 방은 안온한 물무덤 같고, 역시 ‘관광’보다야 ‘예술’이 낫지. 황지우(시인) 친구라는 개발원장 박휘섭도 ‘한 물건’.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