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O.S.T.
2002-07-23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위로!

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는 헐리우드영화 사상 가장 힘있고 희망찬 테마음악의 하나다. 근음과 5도 음을 과감하게 먼저 짚은 뒤 기운차게 근음의 옥타브 위로 뛰었다가 다시 5도 음으로 내려오길 반복하고 2도의 메이저 화음을 거치며 이국적이면서도 희망차게 맺어지는 이 테마는 언제 들어도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테마는 매우 미국적이다. 어떻게 돌아갈지 불확실하지만 과감하게 도약하는 남성적인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테마 하나로 존 윌리엄스는 영화사에 획을 그었고 길이 남는다.

‘별들의 전쟁’을 국가 기간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순진한 전쟁놀이인 이 영화가 나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암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사람들은 우주 개발을 두 차원에서 생각한다. 하나는 지구의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기지’의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식민지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주 개발이다. 앞의 것이 좀더 단기적인 것이라면 뒤의 것은 더 장기적이고 역사적이다. 신대륙을 먹은 앵글로-색슨의 침략적 관성이 하늘로 향한 격이랄까. <에피소드2>에서는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공화국에서의 삶과 전쟁이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권태롭고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식민지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주 개발의 미래를 아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시 같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테마음악을 들으면서 환장할 것이다.

<에피소드2>는 별것 아니라면 별것도 아닌 영화고 대단하다면 대단한 영화다. 내용이야 정말 식은 죽 먹기로 반죽했다. 아이들 세대 제다이와 의원 사이의 사랑도 그렇고 제다이의 용감무쌍한 모습도, 분리주의자들의 반란도 그저 평범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조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디테일은 단 한 프레임도 놓치지 않겠다는 식으로 완벽을 기하고 있다.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한 배우들은 수많은 인형들의 파워 앞에서 약간은 무기력하게 보인다. 굳이 사람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거대한 인형극 속에 끼어 있는 사람들이랄까.

인형들을 가지고 노는 컴퓨터그래픽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바로 ‘사운드’다. 스타워즈의 진정한 음악은 바로 ‘효과음’이다. 오히려 존 윌리엄스의 음악들은 차라리 심리적 ‘효과음’들에 지나지 않는다. 폭발음에서부터 우주선 지나가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운드가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우주영화에서는 현실에서 샘플링된 소리보다 신시사이저로 합성해낸 소리들이 더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 영화는 그 소리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단 한 줄기의 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만일 대사들을 삭제하고 그 소리들만 따로 들어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훌륭하고 전위적인 앰비언트음악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스카이워커 사운드’사가 사운드를 담당했는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이 사운드 디자이닝 회사는 조지 루카스 감독이 보유한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군단의 일원이다. 이들의 사운드 메이킹은 정말 세계 최강이고, 당할 자가 없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