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은 대만 작가 우밍이의 소설 <복안인>을 “남아메리카 작품이 우리에게 마술적 리얼리즘을 선사했다면 이 소설은 새로운 현실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는 부분이 <복안인>에는 존재한다. <복안인>을 소개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을 언급하는 해외 비평들도 존재하는데 이 모든 선배 작가들의 훌륭한 전작들이 연상되면서도 르 귄의 추천과 같이 <복안인>은 완전히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 새롭게 이야기하는, 독창적이며 참신하고 감각적인 소설이다. <복안인>의 주인공은 크게 두명이다. 태평양 어딘가에 숨어 있어 세계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외딴섬 ‘와요와요’에서 태어난 소년 아트리에와 대만의 문명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바닷가에 남편이 직접 건축한 외딴집에 홀로 사는 학자 앨리스. 심지어 남편과 아이가 실종된 후 혼자 사는 앨리스의 집은 밀물 때마다 집 안으로 바닷물이 차오른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던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별도의 ‘세계’라고밖에 할 수 없었던 둘의 삶이 포개지면서 소설은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작가가 낯설게 직조한 세계는 지극히 SF적이지만 이 소설은 ‘아름답고 숭고한 자연’과 그 장엄한 자연 속 자기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을 들여다볼 용기를 준다. <복안인>은 확실히 단순한 소설은 아니다. 와요와요섬의 규칙에 따라 둘째 아들은 보름달이 뜬 날 뗏목 하나에 기대 거친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말이 좋아 나아가는 거지, 대부분의 둘째들은 바다에서 죽는다. 아트리에는 죽음을 딛고 살아남아 쓰레기섬에 좌초된다. 탁월하고 빼어난 소년 아트리에와 그의 첫사랑 우르슐라의 사랑은 또 얼마나 애틋한지. 달빛에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살아남은 섬 소년의 모든 풍경들이 지나치게 아름답고 슬퍼서 복잡한 레이어에 겹겹이 쌓인 이 소설을 복잡하다며 덮어버릴 수가 없었다. 디스토피아적인 풍경 속에 작가가 숨겨놓은 친환경적인 메시지에 감화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거기 가닿지 않더라도 <복안인>은 절멸하는 문명 속에서 멀리 빛나는 오두막 창가의 촛불 하나처럼 순수하고 고요하게 스며드는 소설이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먼바다를 응시했다. 먼바다에서 천천히 비를 밀고 오는 듯 바다 위로 간간이 긴 파도가 한 겹 한 겹 일었다. 열 번째 파도가 일었을 때쯤 아트리에가 물었다. “오늘 바다 날씨가 어때?” “아주 맑아.” 나는 이렇게 대답한 뒤 처음으로 나도 되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네 바다의 날씨는 어때?” 23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