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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로컬 오딧세이>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25-10-21

김태윤, 장민영, 황종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마트에서 쉽게 구매하는 식재료, 치킨처럼 익숙한 외식 메뉴부터 남미 요리까지 배달되는 서비스. 뭐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문화.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식탁을 ‘획일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꼬집는 이가 있다. <로컬 오딧세이>의 저자이자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는 우리의 식탁이 단조롭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가 유지되고, 제철 식재료가 살아 있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고, 세대간에 이어지는 조리법과 기억이 공존하는”것이 진짜 식탁의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채소를 먹고 계절감이나 조리법의 다양성이 사라진 것은 풍요 속의 빈곤에 불과하다. 진짜 다양성은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가 대를 이어 계승되고 편리성이나 유통 구조에 의해 사라진 품종들을 찾아내 세대간의 조리법과 기억이 공존하는 실재적 풍부함이다.

김태윤 셰프와 <한국인의 밥상>의 취재 작가로 전국을 누볐던 장민영 기획자가 운영하는 아워플래닛은 한국의 식재료를 연구하고 정기적인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들이 특정 지역의 식문화를 취재해 디너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가 ‘로컬 오딧세이’이다. 지역 생산자의 지속 가능한 생산법을 소개하고 사라져가는 품종을 찾아내 특별한 식탁을 차려낸다. 속초의 고리매는 김을 닮은 갈조류로 해녀들이 채취한다. 지금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이런 식재료가 책에는 끝없이 등장한다. 감자떡처럼 생긴 주먹물수배기는 또 어떠한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1위’로 꼽히기도 했던 이 물고기를 꾸덕꾸덕하게 말렸다가 구워서 내놓은 디너 요리는 사진으로 봐서는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 말똥성게가 스페인 갈리시아풍 앙장구 그라탱으로, 울릉도의 재래종 돼지가 차치키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수블라키로 재탄생한다. 현지 생산자의 방언 인터뷰까지 읽으면 음식 다큐멘터리를 본 것처럼 배가 부르다. 물론 진짜 배가 부르진 않으므로, 제철 감자칩이나 씹으며 <로컬 오딧세이>를 맛있게 읽는 것이 올가을의 값어치 있는 기쁨이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라 논농사가 안 된다꼬. 쌀밥만 묵는 거는 상상도 몬해. 옥시시 넣어가 묵고, 홍감자 넣어가 묵고, 그것도 안 되믄 이 섬말나리 캐가꼬 뿌리를 넣어 먹었다고. 이기 찌 놓으만 파근파근하이 제법 맛있어. 배도 차고. 쌀도 떨어지는 보릿고개에는 밀가리에 사카린 쪼매 넣고 나리 뿌리 버무리가 찌 묵었어. ‘버무리’라카재.” 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섬말나리밭을 가꾸고 계신 한귀숙 어머님 덕분에,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울릉도만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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