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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레이싱카를 타다, <범퍼 킹>
2002-06-28

애니비전

애니메이션계의 ‘큰손’들이 뭉쳤다. SBS프로덕션과 대원씨앤에이홀딩스, 손오공, 에펙스디지탈은 2003년 4월 방영을 목표로 39부작 30분 TV시리즈 <범퍼 킹>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이들 회사는 여러 작품을 검토한 끝에 레이싱 카 경기를 다루는 <범퍼 킹>을 함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방송사, 해외 배급사, 캐릭터 유통사, 제작사가 전략적으로 한 작품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을 끈다. 그만큼 마케팅 전략을 확실하게 세우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범퍼 킹>이 여타 TV시리즈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26부작이라는 공식을 깨고 39부작으로 구성되는 점이다. 이는 자본금 회수 사이클이 긴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고려한 것이라고. 제작사인 에펙스디지탈은 “애니메이션이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오래 작품을 기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13부작이나 26부작은 기억될 만하면 끝나고 만다. 그렇게 보면 39부작도 오히려 짧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구성을 마음대로 늘리다니, 방송사의 확실한 지원을 받는 작품의 특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이런 작품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편 기획단계부터 캐릭터 상품화가 고려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방영이 시작되면 각종 레이싱 카와 변신모형, 게임 등이 출시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주목할 것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오히려 게임을 중심으로 기획된 듯한 느낌이 드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게 작품 전체가 하나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범퍼 킹>을 움직이는 축은 바로 ‘범프 크로스 게임’. 레이싱 경기장은 스피드 존과 크래시 존으로 나뉘고, 크래시 존에서 필요한 충전 아이템을 스피드 존에서 획득하는 방식이다. 스피드 존을 통과한 레이싱 카들은 다시 크래시 존에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범퍼, 에어 스포일러, 타이어, 부스 등의 튜닝 아이템은 경기장 외부에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잦은 충돌을 하면 에너지가 바닥나고, 차가 뒤집혀도 움직일 수 없다.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일단 아웃이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스토리가 주효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레카>를 보건대, 코믹 액션물을 표방하는 3D애니메이션 <범퍼 킹>의 인기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제작진은 스피드와 비주얼, 액션에 치중할 생각이라고.

때는 2034년, 지구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작은 나라 코레가 무대다. 주인공은 고물선에 사는 12살 소년 타이온이다. 범퍼 카 대신 고물로 놀던 어느 날, 범프 크로스계의 천재로 촉망받는 소년 제비오를 만난다. R/C 범퍼 카 조종에 재능있는 이 소년은 이제 천재도 이기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제비오의 도전을 받은 탓에 당장 범퍼 카가 필요했던 타이온은 밤 12시에 유령 붙은 범퍼 카로 불리는 재퍼를 찾아간다. 재퍼에 붙은 유령은 옛날 최강의 범퍼 파일럿으로, 범퍼 킹이 되기 직전에 상대의 비열한 반칙으로 꿈이 좌절된 것이다. 유령은 원수를 갚기 위해 새로운 몸을 원하고 있다. 마침 타이온을 본 유령은 몸을 빼앗겠다고 덤벼들지만 잘못되어 뚱뚱한 박쥐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타이온은 깜찍한 박쥐로 전락한 유령의 도움으로 범프 크로스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이후 벌어지는 제비오와 타이온의 양상은 마치 <슬램 덩크>의 강백호와 서태웅을 보는 듯한 느낌. 천재 소년에게 자극받아 주인공은 차근차근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다. 결국 ‘범퍼 킹 쟁탈전’인 것이다. 한편 주변 인물들의 등장은 사랑과 우정의 드라마적 요소에 한몫한다.

‘큰손’들의 프로젝트인 만큼 <범퍼 킹>은 안전하게 제작에서 방영까지 이어질 듯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비결은, 완벽하고 치밀한 계획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플러스 알파’에 있음을 제작진은 기억해줬으면 한다.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