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지음 창비 펴냄
나는 리더가 안 맞나봐, 한창 팀장 생활의 고독을 주변에 토로할 때마다 했던 말이다. 리더라기엔 팀원 둘뿐인 팀이지만 거기서도 후배들과의 세대 차이, 소통 불화를 느끼며 ‘내가 부족해서 팀 결과물이 이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당시 리더십 책을 한두권 읽었는데 겨우 그 정도밖에 읽지 않은 이유는 “난 이건 못하겠다” 싶은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한 조언들이 대부분이라서였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재천 작가의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는 많은 자기계발서류의 리더십 책과는 다른 제안을 한다. 흔히 떠올리는 ‘강력하고 확고한 리더십’과 달리 그가 제안하는 리더십은 조용히 입은 다물고 숙론하며 잘 듣는 리더에 가깝다. 여러 협회의 대표와 회장직을 맡았던 그이지만 그 역시 ‘리더’는 하기 싫었고 더구나 학교에서 리더십 강의를 맡았을 때 안 하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생태학자답게 저자는 사람보다는 자연에서 협동과 리더십에 대해 배웠다. 먼저 예시로 드는 것이 여왕개미이다. 모두가 강력한 리더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여왕개미는 의외로 ‘알을 낳는 일’ 딱 하나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리더라고 한다. 특히 여왕개미가 절대 하지 않는 일이 나라의 대소사에 간섭하는 것이다. 여왕개미는 리더로서 조직의 목표(알 낳기)는 확실히 하되 실제 일은 일개미 등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해치우지 않는다. 그다음 자연에서 예시로 드는 것이 침팬지다. 권력 다툼을 통해 우두머리가 된 수컷 침팬지는 절대 혼자 먹이와 암컷 같은 이득을 독점하지 않는다.
우두머리 침팬지는 싸움에서 실패해 2인자, 3인자가 된 침팬지에게도 권력을 분배한다.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아야 조직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권력을 분배하지 못하고 독점하며, 협동이 어려운 것은 자연이 아닌 인간뿐이다. 이러한 예시들은 회사와 같은 조직 사회에서 ‘어떤 리더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이 될 뿐 아니라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할까’와 같은 정당정치의 투표 제도에 대한 궁리로까지 나아간다. 그외에도 최재천 작가가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일할 때 실무에서 행했던 구체적 예시들과 그가 겪은 실수와 실패, 혹은 수평적 리더십으로 만들어낸 조직의 긍정적 변화, 강연에서 받았던 질의응답에 이르기까지 정리돼 막힘없이 읽히는 책이다.
제가 만든 경영 십계명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우습다고 말하는 게 바로 이것입니다. “가능하면 입을 다물어라.” 저는 아예 “이를 악물고 듣는다”라고 써두었습니다. /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