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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25-06-17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창비 펴냄

영화 <해피엔드>에서 코우와 유타는 길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재일한국인인 코우만이 체류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다. 근미래가 배경인 영화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은 한국에서도 시시각각 발생하는 중이다. 몽골인 부모님과 어릴 때 한국으로 이주한 고등학생 민호는 친구들 싸움에 휘말리고, 경찰은 민호만 연행한다. 친구들이 “얘는 잘못 없다”고 증언했음에도 경찰은 민호가 미등록 신분이라서 내보낼 수 없다며 출입국 당국에 인계하고, 민호는 수갑이 채워진 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쳐 구금 시설인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진다. 한국에서만 살아 몽골어도 서툰 민호는 강제 퇴거를 명령받고 몽골로 쫓겨난다. 부모와 함께 이주한 아동은 부모의 한국 체류 자격이 상실되면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분류되어 기본권도 보호받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가 믿는 ‘법’의 울타리에는 무수한 인권의 빈틈이 존재한다. 민호는 미성년 아동으로서 보호자에게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당했고 가족과 강제 분리조치되었다. 연고도 없이 몽골로 쫓겨난 민호 사건 역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변론을 맡았다.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은 공익변호사단체 ‘공감’이 수행한 사건들 가운데 한국 사회의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담당 변호사들이 법정에서의 과정을 조밀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주 난민이라는 이유로 붙잡혀 보호소 독방에서 새우 꺾기 고문을 당한 무라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피해자, 건강상의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었음에도 취업을 강요받고 사망한 피해자, 성소수자 난민의 인정 소송,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등. 인간의 기본 권리조차 싸워 얻어내야만 했던 이들과 함께한 변호사의 기록은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물음이다. “설마 그래도 여긴 한국인데, 이렇게까지 야만적으로?” 변호사 스스로도 자문했다는 사건 과정을 읽으면 부끄러우면서도 암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민호의 담임 선생님이, 피해자가, 그의 가족과 이웃이 포기하지 않고 끝내 혐오와 편견, 차별에 맞서 싸운 낱낱의 기록은 우리가 쉽게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을, 인권의 최전선을 지켜야겠단 다짐을 하게 한다. 여성, 난민, 아동, 이주민, 노숙인, 성소수자, 장애인, 임시직 노동자… 누구도 차별해도 괜찮은 존재는 없기에.

오늘도 나와 다른 타인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상상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제도의 빈곳을 찾아 소수자들의 자리를 기입하고자 분투합니다. 단 한명이라도 제도 밖의 예외적 존재로 남겨두는 것은 결코 정의(正義)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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