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에는 눈물이 난다. 기쁜 이야기에도 눈물이 난다. 오시로 고가니의 단편집 <해변의 스토브> 이야기다. 이별과 겨울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묶이는 단편 사이로 꿈과 햇살을 닮은 작품들이 섞여 있다. 종이에서 온기와 온기를 닮은 냉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초반에 차례로 실려 있는데 <해변의 스토브>와 <설녀의 여름>이 그렇다. <해변의 스토브>에서 체온이 낮은 편인 스미오는 체온이 높은 편인 엣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동거한 지 1년이 지나 엣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산 날, 엣짱은 오히려 눈물을 터뜨린다. “둘이 있으면 너는 제로라서 내가 점점 깎여나가.” 이별을 고하고 집을 나간 엣짱을 보며 스미오의 스토브가 말을 시작한다. “바다에 가자.” 흑백인 만화에서 유일하게 붉게 온기를 발하는 스토브는 좀처럼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스미오와 같다. 불을 켜면 따뜻해지지만 평상시에는 차갑기 그지없어 두 상태가 한 존재의 속성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도통 이해시키기 어렵다. <설녀의 여름>은 인간에게 잊히면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설녀의 이야기다. 눈 내리는 날, 차로 꽉 막힌 도로에서 설녀를 만난 주인공은 설녀 유키코를 집으로 데려간다. 종족의 요구와 달리 인간을 얼려죽이고 싶지 않은 유키코와 가족과 맞지 않아 일찌감치 혼자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은 ‘냉기’로만 온기를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 존재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경험(많은 사람들이 그저 상상해볼 뿐으로 경험하기는 힘든)에 대한 애잔한 우화.
이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되뇌는 삶의 순간들이 있다. 혼자일 때도 함께일 때도 있지만, 기억을 되뇌는 순간 인간은 언제나 혼자다. <해변의 스토브>에 실린 이야기들은 감정이 동요하는 순간들을 담아내는데 시종일관 차분해서 이게 진짜일까 믿을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기이할 정도로 둘이거나 혼자인 이야기가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말 함께였을까. 매 단편이 끝나면 하이쿠처럼 작품의 정서를 드러내는 한 문장이 나타난다. 짧고 경쾌하지만 문장 한가운데의 콤마처럼 멈칫하고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의 연속. <해변의 스토브>는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 1위로 선정되었다. 타인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해본 적 있는 독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거울상 같은 만화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언젠가는 일본영화로 만날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