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인 토미는 성별정정을 위한 인우보증서를 필요로 한다. 그가 떠올린 사람은 오스틴. IT스타트업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오스틴은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외모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한 사지연장술을 받은 참이다. 그에게 인우보증서를 받을 수 있을까?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는 트랜스 남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조건과 그 조건이 요구하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미를 주인공으로 한다. 외모와 관련된 콤플렉스를 다루는 이야기가 주로 여성의 사정을 다루어왔다면 <리틀 프라이드>는 트랜스 남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에는 보여지는 이를 타자화하지 않는 스트립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몸을 긍정한다는 일이 갖는 복잡한 함의를 생각하게 한다. 서장원은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누구도 자신에게 매혹되지 않는데, 오로지 다정함만으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 개와 혁명>은 수민의 아버지 태수씨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정경을 그린다. 태수씨는 운동권이었으며, 그런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교도소 생활을 길게 한 지인이 있는 사람이었다. “유연한 노동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불가산 노동인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옛날 사람이기도 했다. 예소연은 인터뷰에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그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를 해석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데, 한편으로는 이전 운동권 세대 혹은 그 세대가 대표하는 거대 담론의 파편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다음 세대가 느끼는 피로감에 대해, 또 가능성에 대해 자분자분 펼쳐 보인다. ‘세대’보다 중요한 ‘우리’의 이야기로 논지를 확장시키면서.
함윤이의 <천사들(가제)>은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에 가는 ‘나’의 상황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부산에 가면 단짝 친구인 항아를 만나게 될 테고, 항아가 쓴 각본이 바로 <천사들(가제)>이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나’는 내내 영화 오디션을 심사하는 꿈을 꾸는데, 그 꿈이 닿는 곳은 현실의 장례식장이다. <천사들(가제)>은 아름답고도 슬픈 꿈을 닮은 소설인데, 저자 인터뷰를 읽으면 복잡하게 애틋한 느낌을 받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제 안에서 천사와 사랑 그리고 애도와 죄의식 또 수치심 등이 서로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끌어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애도 의식과도 같은 이야기.
함윤이, <천사들(가제)> 중에서, 135쪽나 한번 안아줄래? 항아는 바로 답한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는 양팔을 뻗어 서로의 몸을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