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증언하는 책이 나왔다. 김유태의 <나쁜 책>은 이른바 ‘금서’로 취급되어 출간이 금지되거나 작가가 고발당하거나 심지어 작가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책들을 다룬다. 금서는 왜 금지당하는가? 사회의, 나아가 국가의 치부를 들춰내고 고발하기 때문이다. 그 거침없는 당당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깨달음을, 해방을 준다. 이 책들은 작가의 수난 시대로 이어지는가 하면 베스트셀러의 영예를 안기기도 한다. 이 책 자체가 매력적인 작품들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저자 김유태는 각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책에 얽힌 우여곡절을 상세히 전한다. 하나같이 읽고 싶게 만들면서.
박찬욱 감독이 시리즈로 만든 <동조자>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임에도 베트남에서 금서다. 공산당 모독이 반복해서 서술되는 데다 베트남의 국부로 통하는 호찌민을 직접 비판한 대목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SF 소설을 쓰는 켄 리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도 언급된다.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은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 수록된 단편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731부대를 소재 삼은 작품이다. 731부대 피해 여성의 조카가 고모의 최후를 알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은 세계를 혼란으로 밀어넣는다. 강대국은 시간 여행 중지를, 역사의 희생자였던 민족과 국가는 그 반대를 선택한다. 일본에서는 켄 리우의 단편집에서 이 소설만 빼고 책을 출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공산당을 비판한 대목을 삭제하고 출간했다. ‘역사의 점유’라는 문제를 다룬 소설이 실제로도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연재를 통해 선보인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다룬 글 등은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쓰였다. <작은 것들의 신>은 신인이었던 아룬다티 로이를 부커상 수상자로 만든 작품이다. 작품을 검토한 편집자가 직접 인도로 가서 거액의 선인세를 주고 책을 계약한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글은, 이후 이 작품이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비판한 점이 문제시되면서 소설 속 성애 장면이 음란하다고 고발당한 사건을 소개한다. 아룬다티 로이가 <작은 것들의 신>을 쓰기 이전에 발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집단 강간 장면의 연출 방식을 비판한 글이 후일 그 자신의 소설을 고발하는 데 이용되었다. 폭력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는가의 문제는 왜 중요한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며, <가장 푸른 눈>에 대한 글과 함께 읽으면 좋다. <가장 푸른 눈> <화씨451> <농담> <아메리칸 사이코> <북회귀선>을 다룬 글은 특히 흥미롭게 읽힌다.
98쪽<가장 푸른 눈>의 금서 논쟁 가운데는 내용이 “음란하고 외설적이다”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압니다. 이건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책이 아니라, 슬퍼도 너무 슬픈 책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