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의 마은은 “먹고살게 없어” 장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혼자 가게를 한다는 게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 엄마의 선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마은의 마음을 돌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 본인의 이름을 따 ‘마은의 가게’라고 지은 카페에 별다른 특색은 없다. 그럼에도 손수 내린 커피와 구운 디저트를 내놓으며 마은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어떻게 손님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주변의 자영업자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들이 가게를 지키는 마음과 태도를 살피는 한편, 마은은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며 영역을 침범하려 드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마은의 가게 단골인 보영은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던 동료 직원 현수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던 중 마은을 돕기 위해 가게에 달아준 감시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애인이 마은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 <당신의 4분 33초> 등을 저술한 이서수 작가의 신작이다. 자영업에 처음 발을 들인 마은을 중심으로 일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사례로서 채집해 들려주는 소설이다. 애매하게 자리를 보전하던 마은의 가게는 마은이 손님의 평가와 조언을 적절히 받아들이고, 자신과 일을 분리할 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자리를 잡아간다. 자영업자인 마은과 회사원인 보영은 일터는 다르지만 20~30대 여성이라는 교집합으로 인해 마주한 상황이 비슷하다. 젊은 여자 사장인 마은의 경영 방식에 대해 이웃 사장들과 손님은 때로 충고와 성희롱을 일삼고, 보영은 남자 직원인 현수로 인해 승진 명단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며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차별에 대응하는 두 사람의 성장이 돋보이는 한편, 이들의 여정에 다른 여성들의 연대가 힘을 실어줬다는 사실이 위로로 다가온다. 희망 찬 미래를 암시하진 않지만 가게를 열고 닫듯 매일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삶이라고 <마은의 가게>는 말하는 듯하다.
221쪽내가 나의 한계를 그었다면, 우리를 무릎 꿇게 했던 수많은 선례를 따랐다면 뭐 하러 열심히 일을 하고 꿈을 꿀까. 나는 우리에게 뜻밖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는 일은 달라도 노동을 하는 우리의 마음엔 비슷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