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프루스트의 <스완네 집 쪽으로>를 번역하기도 한, 시인이자 소설이자 번역가인 리디아 데이비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조법을 담았다.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의 글쓰기 책이 재미있는 점은, 구구절절할 정도로 세세하게 자신이 사랑하고 영향받은 멋진 작품들에 대한 찬미를 잊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기와 편지는 어떻게 한편의 시나 소설로 발전할 수 있는지,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적은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여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는 말은 관습적인 해답이고, 사실 더 긴장감 넘치는, 울퉁불퉁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묘하게 신경 쓰이는 글이라는 해결책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쓰기 위해서는 섬세한 독법이 필요하며,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의 글을 도마 위에 올린다. 예시로 언급되는 글이 대체로 영문학이며, 그렇지 않다 해도 서유럽 문학이 주를 이룬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읽어가는 편이 좋겠다. 이것은 써먹기 좋은 레퍼런스가 풍부하다는 뜻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글을 고치고 있을 작가가 종종 받게 되는 “한편의 글이 끝났다는 걸 언제 아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재밌다. 여기에서는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이 제시되는데, 수사학적으로 아름다운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다. 쉼표로 연결된 하나의 긴 문장 안에서 카메라 렌즈가 점점 독자(혹은 청자)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마지막에는 리듬을 가미해 마침표를 찍는 식으로. 마지막으로, 초심자를 위한 조언 한 가지를 책에서 가져오자면, “초고를 쓸 때는 나열하는 항목들의 순서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문장을 다듬는 것은 고쳐 쓸 때다. 나열한 항목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가든,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가든, 일정한 순서를 갖고 있는지 살피라는 말이다. 물론, 기본을 잘 갖춘 뒤에는 이 순서를 비틀어 색다른 효과를 주는 일도 가능하다. 책 속 셰익스피어의 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