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답사)여행의 붐을 일으켰던 유홍준 작가가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서문의 유명한 첫 문장이 진화해서 새로운 시리즈가 됐다. 첫권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그리고 삼국시대 중 고구려까지를 다루고, 2권은 백제, 고신라, 그리고 가야 중 비화가야 답사를 담았다. 이미 여행지로 유명한 전국 방방곡곡이 역사 여행이라는 범주로 새롭게 읽힌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매력인데, 대표적으로 1권의 부산 영도가 있다. 대형 카페가 많아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이곳에는 신석기시대 유적지인 부산 영도 동삼동 패총이 있다. 패총이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나 생활 쓰레기들이 쌓인 것으로, 조개더미 또는 조개무지라고도 부른다. 부산은 한반도에서 패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국전쟁 중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판잣집의 풍경으로,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 가사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로, 동삼동패총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쉽게 갈 수 없는 곳도 있다. 바로 고구려 유적지다. 중국이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 발해 유적답사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현지를 답사하는 것은 무리이나, 이 책에서는 유홍준 작가가 예전에 다녀온 만주 압록강, 환인, 집안 지역을 다룬다. 인상적인 장면은 북한 고깃배가 중국쪽 강변 가까이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광경을 보고 오간 문답이다. “북한 배가 강 가운데를 저렇게 넘어와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강에는 국경선이 없답니다.” 압록강변에서 본 풍경, 북한 식당에서의 에피소드 등은 역사 유적지와 큰 관계가 없다 해도 울림이 있다. 2권의 경주 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1천년 전 대릉원 일대, 고분과 고분 사이가 알뜰하게 논밭으로 개간된 풍경은 이제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니까. 참고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들어갔던 내용은 이번 시리즈에서 빠졌기 때문에 함께 읽어도 좋겠다.
311쪽(창녕) 유리 고인돌은 내 경험상 우리나라 남방식 고인돌 중에서 가장 믿음직하게 생겼다. 여기에는 본래 7기가 있었다지만 다 없어지고 오직 한 기만 언덕바지에 빈하늘을 배경으로 버티듯 서있어 좀 외로워 보이긴 해도 오히려 홀로 우뚝한 데서 장중한 기품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