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하 지음 / 메이킹북스 펴냄
일상생활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평상시의 생활이라고 한다. 평상시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보통 때를 가리킨다. <단 하루의 부활>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상 풍경으로 시작하는 네 편의 단편집이다. 첫 단편 <단 하루의 부활>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휴대전화에 전달된 스미싱 문자로 시작한다. 다들 이런 사기 문자를 한 번쯤 받아보았을 것이고, 링크를 누르면 큰일 난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렇지만 보낸 상대가 아버지 이름을 하고 있어서, ‘나’와 엄마는 마음이 흔들린다. 또 다른 단편 <할머니의 방황>은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을 재개발 때문에 넘기고 이사한 할머니가 마음에 드는 새 교회를 찾지 못해 이 교회 저 교회 시험 삼아 가보며 방황하는 이야기다. 재개발이나 교회 찾기 또한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런데 자식과 손주가 할머니의 교회 길에 함께 가주어야 하는 이유는, 할머니가 교회 지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기꾼 의사에게 허리 수술을 받았다가 등이 완전히 망가져 잘 걷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적 친숙함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깊은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백봉이>의 화자는, 유명 셰프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묻고 지워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개 백봉이가 알고 보니 개 잡는 건강원에서 키우던 개라서, 분노한 화자는 현실에 반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쉼 없이 업데이트되는 연예계 뉴스를 두고 실체 없는 말들이 오가는 현실, 그 현실에 스리슬쩍 스며든 미움과 죄책감의 기억은 우리의 일상이란 사실 평범해질 수 없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전달한다. <흔적>은 집을 매일 깨끗이 치우고도 성에 차지 않아 새 물건을 사면 무조건 스티커를 뜯고 끈적대는 흔적까지 지워서 원래 쓰던 물건처럼 만들어야 불안이 가시는 사람의 이야기다. 강박적으로 청소하는 집 안 풍경이,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이며 집회로 시끄러운 거리의 모습이 교차하며 현대인의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경을 갉아대는 세계인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155쪽“스티커를 떼면 뗄수록 내 성격이, 청소로 흔적을 지우려 할수록 내 흔적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