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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진영인 사진 오계옥 2023-09-19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생활명품’이란 직접 사용해서 고른, 일상의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뜻 한다. 일상이 소중하다면 그 일상을 채우는 흔한 물건부터 잘 골라서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자취를 좀 했거나 살림을 맡아본 적 있다면 쉽게 동의하리라. 책에는 장보기 목록에 올려둘 법한 물건이 잔뜩 실려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는, 택배 상자 전용 커터 ‘트로이카’는 아무래도 사야 할 것 같다. 계란찜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실룩실룩’ 실리콘 찜기는 지금 쓰는 도구를 버릴 때가 되면 사봐도 좋겠다. 콧수염 가위 브랜드 ‘카이’는 여성들에게는 눈썹 칼로 유명한 브랜드다.

비싸지만 언젠가는 사고 싶은 제품도 있다. 어느 재벌가 회장이 입어서 유명해진 캐나다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재킷은 재봉선이 꼼꼼하고, 산에 가나 콘서트홀에 가나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매끄러운 핸들링으로 유명한 유아차 브랜드 ‘부가부’에서 바퀴 잘 돌아가는 캐리어를 내놓았다니, 공항에서 캐리어의 뻑뻑한 바퀴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솔깃할 것이다.

사실 모든 독자가 책을 가깝게 느끼며 읽지는 않을 수 있다. 군대 얘기나 ‘마누라’와의 관계 문제로 풀어가는 글이 제법 있고, 당당하게 일하는 ‘세련된 아저씨’로 보이고 싶다는 솔직한 문장에서 볼 수 있듯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남성 저자의 관점에서 손꼽은 취향 리스트다. 캠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야외용 의자와 미군용 수통 컵 같은 제품 소개에 끌릴 것이고 커피 마니아라면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내려준다는 ‘카페모티브 바키’에 끌릴 것이다. 문구류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피스카스’ 가위나 ‘파버카스텔’ 연필이 눈에 들어오리라. 한때 인테리어계에서 유행한 백조 수전 ‘로얄앤컴퍼니 스완’을 보며, 손에 자주 닿는 예쁘고 편리한 물건의 힘을 생각한다. 저자는 취향이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하는데 이런 책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일 것이다.

468쪽

“집은 바꾸지 못해도 생활의 편리와 아름다움을 더하는 건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