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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아키라와 아키라>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3-08-22
이케이도 준 지음 / 김선영 옮김 / 비채 펴냄

작은 상점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선다. 상점가 사람들은 대형 마트 개점을 반대하지만 대기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인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굳이 강자와 약자로 나눠 독자에게 한쪽을 편들라고 하면 대다수는 상점 문을 닫고 이사를 가야 하는 작은 상점을 안타까워할 것이다. 여기에 이런 질문을 추가해보자. “대형 마트에는 뭐든지 있을까? 대형 마트에서 불가능한 판매 전략을 작은 상점에서 할 수는 없을까?” <아키라와 아키라>는 영세공장과 은행, 상점가와 대기업 마트, 대기업 안에서도 해운과 상회, 관광업 등 자회사간의 다툼 등 ‘경제’라는 이름 안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호쾌하게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소설가 이케이도 준의 이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행원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과 대히트했던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라는 것이다.

전작 <육왕>이 소규모 기업이 열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진심을 등에 업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아키라와 아키라>는 이름이 같은 두 소년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어른이 되어 은행에서 만나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세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도산하고 온 가족이 야반도주해야 했던 상처를 가진 아키라와 대형 해운업의 후계자이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형제들의 유산 다툼을 보고 진절머리를 쳤던 또 다른 소년 아키라. 두 소년은 유년 시절 ‘어른들의 비즈니스’를 보며 느꼈던 바를 통해 신념을 지닌 은행원이 된다. <아키라와 아키라>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은행원으로 성장한 두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이케이도 준이 가장 잘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을 보여준다. 독자들이 이케이도 준의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불의와 싸우고 역경을 뚫고 성공하는 경영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언제나 ‘선’을 향한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일하는 아키라와 아키라는 이번에도 읽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60쪽

“아키라는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해. 즐거운 일도 있겠지만 괴로울 때도 있겠지. 하지만 거기에 맞서 싸워 이겨야만 해. 그게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