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이용 가능한 실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취약 계층에 도서관은 더위와 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컴퓨터를 잠시 빌려 쓸 수도 있으며 물을 마시거나 개인위생도 돌볼 수 있는 공공시설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서관에 대해 혹은 거기서 일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은 없다. <사서 일기>는 도서관 사서의 실감나는 에세이이지만, 적재에 배치된 생기 어린 캐릭터와 그들이 일으키는 소동 덕분에 소설의 박진감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앨리는 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일하게 된다. 책을 사랑하던 앨리에게 도서관 근무는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지만, 막상 거기서 일하기 전까지 ‘도서관 사서’가 얼마나 자질구레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는 자세히 몰랐다. 어린이 노래 교실과 뜨개질 클럽 진행, 도서관 단골 이용자의 만성질환 하소연 들어주기, 시끄럽게 떠드는 10대 남자애들에게 주의를 주다가 경찰 부르기, “인터넷이 어디 있냐?”고 기초적인 질문을 하는 이용자의 피시 속 익스플로러 찾아주기 등. 밤마다 책 요정의 파티가 열릴 것 같지만, 사실 도서관은 환상적인 공간이 아니다. 여기에는 도서관의 환상을 걷어내는 에피소드(혼자 일하던 사서가 폭력에 노출되고, 도서관이 마약과 알코올중독자로 인해 위협받는 풍경 등가 전개된다. 그럼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기 모인다. 멀고 먼 도서관까지 매일 찾아오는 아이에게 <마틸다>를 소개해주는 앨리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볼 수 있다고 믿는다. 호시탐탐 도서관 공간을 폐쇄하고 상업 시설로의 전환을 노리는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코틀랜드의 사서가 쓴 ‘도서관 일지’에는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삶을 극복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관료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우리가 도서관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 직업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마음 등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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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불이익은 재정 상태가 취약한 사람들에게 유독 가혹할 뿐 아니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갖가지 책무를 간신히 돌려막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므로 도서관에 와서 책을 반납할 시간(또는 의지할 만한 이동수단)이 없을 가능성 또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