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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가족각본>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23-08-22
김지혜 지음 / 창비 펴냄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김지혜 작가가 두 번째 책 <가족각본>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은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을 파헤친다. 그 시작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시위 구호를 들여다보고, 한국의 가족제도에서 며느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 입법 예고에 대한 반대 시위에서(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도 입법에 실패하고 있다) 처음 등장한 이 문장은 지금도 볼 수 있다. 며느리와 사위를 구하는 설화를 각각 분석하며 이 책은, 예능으로 치면 ‘사위 고르기’는 단발성 순발력 테스트에 가깝고, ‘며느리 고르기’는 장기전인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며느리라는 역할은 “주도성이 요구되는 종속 상태라는 모순적인 위치”인데, 남성의 역할 역시 모순적이다. “남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사회적 출세인데,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 가족 내의 권위는 형식만 남는다.”

<가족각본>은 가족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무수한 대중문화 콘텐츠와 뉴스, 논문 그리고 의심과 질문을 통해 살펴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때는,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촘촘한지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1년에 이르기까지 트랜스젠더가 성별 정정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성전환 수술의 결과 신청인이 생식능력을 상실”했는지를 증명해야 했다. 이 책은 묻는다. 국가가 개인의 성별 기록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서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일까지 개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가?

가족이 불평등하다는 사실, 또 그런 가족으로 인해 개인들 사이에 불평등이 생긴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이라면, ‘정상가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가족각본이다. 인구정책과 가족정책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회에서, 이 책을 읽는다.

171쪽

결혼 외에 가족을 형성하는 대안을 바라는 요구는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있다. 이성커플 중에서도 동거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공동생활을 보호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