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딸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살해 동기를 찾을 수가 없다.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자살이라는 판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엘레나의 딸 리타는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 이미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7시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리도록 신부가 탑으로 올려 보낸 남자아이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하지만 신부는 자살로 추정되는 리타의 죽음에 대해 연민을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엘레나에게 교만의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당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현실은 정반대인데 세상이 당신 말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죄를 짓고 있다고. 문제는 엘레나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자기 몸이 자기 몸처럼 느껴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데 있다.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 일단 자기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먼저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범죄소설로 잘 알려진 저자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대표작이다. 2007년 처음 출간된 이후 스페인어 문화권에서는 유명한 베스트셀러였고, 2022년 영어로 번역되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후보로 올랐다. 딸의 죽음이 자살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엘레나는 중증 파킨슨병으로 인해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딸을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독자는 온전히 엘레나의 관점에서 복용한 약의 약효와 자신의 믿음을 반복해 접하게 되는데, 파킨슨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갇혀 있는 중년 여성의 관점에서 사건의 해결을 도모한다는 점이 <엘레나는 알고 있다>의 재미다. 엘레나의 수사/추리가 이어질수록 이 사건이 시원한, 명쾌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점이 슬슬 드러난다. 제목의 ‘엘레나는 알고 있다’라는 말은, 어쩌면, 한번 알게 되면 이전과 같은 삶이 불가능해지는 어떤 앎에 대한 암시일지도 모른다. 여성의 성역할과 돌봄에 대해서, 또한 (병으로 인해) 몸에 갇히는 일에 대해서, 밀착해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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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몸은 이렇게 망가지고, 딸아이마저 앞세웠지만.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한다. 나는 계속 살기로 했어요. 이게 정말 오만한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