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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진영인 사진 백종헌 2023-06-20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은 발상의 혁명적 전환을 보여주는 건축물 30개를 지역별로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유럽 지역에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빠질 수는 없는, 20세기 전반의 건축을 대표하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작품이 등장한다. 철근 콘크리트로도 다채로운 공간을 연출한 ‘빌라 사보아’, 벽면에 구멍을 내서 빛이 밤하늘의 별 같은 그림을 그리게끔 만든 ‘피르미니 성당’, 좁은 공간에서 이용자가 최대로 편하고 개성적으로 살 수 있게끔 궁리한 마르세유의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까지 한번쯤 직접 가서 경험하고 싶은 건축들이다. 베를린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했을 ‘독일 국회의사당’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노먼 포스터의 이 작품은, 돔을 유리로 만들고 내부에 전망대를 지어 최고 권력자만이 아니라 누구든 높은 곳에서 도시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북아메리카의 창의적 건축으로는 고든 번샤프트의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을 손꼽는다. 희귀한 책들을 마치 성궤처럼 성스럽게 보관하는 곳으로, 얇은 대리석 벽을 투과한 빛이 실내를 밝히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심 속 좁은 땅에 하나로 연결된 기다란 벽을 디자인하여, 관람자들이 벽을 따라 올라가며 미술 작품을 감상하게끔 했다. 기존의 6층 건물에 현대식 타워를 올린 노먼 포스터의 ‘허스트 타워’처럼 전통을 살리면서도 내부를 초현대식 풍경으로 꾸민 건축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로 오면, 한국에서도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빠질 수 없다. 긴 진입로와 노출 콘크리트 벽을 선보이는 그는, 건축가로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권투선수 출신이라는 배경이 유명하다. 십자가 모양의 빈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빛의 교회’는 그 빈틈으로 인한 소음과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서인지 교회측에서 결국 유리를 끼워넣었다는데, 안도 다다오는 그 유리를 죽기 전에 빼고 싶다고 말했다는 재미난 얘기도 있다.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경험을 공간이 제공한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말을 실감나게 하는 건축들이다.

484쪽

“건축은 건축가의 생각이 공간으로 기록된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