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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형사 박미옥>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3-05-16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실제 발생했던 범죄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국내외의 범죄들을 짧은 재연과 ‘이야기’로 풀어주는 방송들에는 전문가가 출연한다. 은퇴한 수사관이나 전문 프로파일러들은 현장의 시점에서 사건의 이면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는 들어본 적 없는 덜 유명한 사건도 있지만, ‘범죄자’의 이름만 언급돼도 알 법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있다. 깜짝 놀라는 리액션과 함께 사건을 이야기로 한참 들은 후에 범죄 전문가들은 꼭 덧붙인다. 우리는 범죄자의 이름보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고. <형사 박미옥>의 특별함은 이것이다. 탈주범 수사 과정을 읽다 보면 독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책에는 그의 이름이 끝내 언급되지 않는다. 저자는 탈주범의 행적에는 티켓다방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기반이 되었음을 주목한다. 흥미진진한 ‘썰’로서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사회 시스템과 취약 계층, 사람의 이야기로 자기 ‘일’을 서술한다.

<형사 박미옥>의 저자 박미옥 반장은 수많은 ‘최초’들을 이름 앞에 달고 있는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이었고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이었으며 프로파일링 팀장과 화재감식 팀장을 겸임해 드라마 <시그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히트>, 영화 <조폭 마누라> <감시자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에세이는 형사 박미옥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일하는 여성으로서 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 형사 시절, 범죄자 가족의 말을 듣고 ‘이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통감한 것, 조직 내에서 원치 않은 일을 떠맡았을 때 여성이기에 차별당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을 때 이겨냈던 방법 등 일하는 여성으로서 선배 언니가 매번 앞을 향해 돌진하면서도 자기 행적을 돌아보며 뉘우치고 개선해나갔던 이야기, 무엇보다 형사 박미옥은 단언하지 않는다. 그토록 많은 악의를 겪고, 잔혹한 범죄 현장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그는 사람을, 삶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람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세상은 그렇게 흑백으로 선명하게 갈라지지 않는다”고 소회하는 박미옥의 단단한 이야기에 우리는 매료될 수밖에 없다.

48쪽

타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겨우 한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속속들이 관찰하고 파헤치고 묻는 것만이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조사하면 다 나오느냐, 직업병이다’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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