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기 계발서 열풍을 불러온 작가로 손꼽히는 이가 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다.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는 제안은 ‘자기 브랜딩’ 같은 말들이 당연한 지금에야 익숙한 이야기지만 21세기 초반에는 IMF 이후 달라진 직장 풍속과 어우러져 큰 영향을 미쳤다. 구 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작업하던 원고 ‘마음편지’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문장들로 저자가 질문을 던지면 독자가 보내온 답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저자를 대신해 ‘콘텐츠랩 심재’ 홍승완 대표가 원고를 보완하고 그에 대한 답까지 채워 책을 완성했다. 여느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 이 책 또한 나 자신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다룬다. 그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있어야 가장 어울릴 사람인지 따져보며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평생 신념과 열정에 충실했던 버트런드 러셀의 사상을 음미하며 잊고 있던 내면의 열정을 짚어보자고 한다. 운명처럼 찾아오는 소명을 느껴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다가 혹독한 추위처럼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할 수 있다. 구 소장은 행복과 불행을 비교하며 행복은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할 때 생겨나는 부산물”인 한편 불행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자세를 취하여 제 삶을 능동적으로 살자고 제안한다. <율리시스>에서 “불행을 찾기 위해” 부친의 집을 나섰다고 밝힌 스티븐 디덜러스처럼 온몸으로 부딪치며 완벽한 실패를 해봐야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조언이다. 몰랐던 나를 알기 위해서는, 고독을 대가로 치르기도 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철학을, 자기만의 삶을 얻을 수 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고전들은, 익숙한 이름들도 있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가들도 있다. ‘그림자’ 개념으로 유명한 분석 심리학자 카를 융이나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가 등장하는가 하면, 당대 파시즘을 고발한 현대 이탈리아 작가 엘리오 비토리니의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도 소개한다.
51쪽
모든 인간은 자신의 살아 있음으로 자신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