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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소설 보다: 가을 2022>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22-10-18

김기태, 위수정,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 보다: 가을 2022>에선 세편의 단편소설을 만난다. 위수정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노년의 삶이 생동감을 느끼는 지점을 짚어낸다. 2020년대 대중문화를 말하는 동시에 나이 드는 몸을 돌아보게 한다. 열정이 마음만큼이나 몸의 일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60대인 원희는 친구를 따라 간 연주회에서 만난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에게 끌림을 느낀다. 원희는 오랜 시간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심지어 고주완이 즐겨 연주하는 버르토크나 프로코피예프 같은 20세기 작곡가는 원희가 좋아하지 않는 불협화음이다. 그리고 고주완을 경유해 삶의 불협화음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생각이 흐른다. 이서수의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인간관계를 다룬다. 모임을 가진 뒤 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2020년대의 응급실 풍경부터 결혼식 참석을 거부할 빌미로서의 코로나19, 그리고 도시에서의 가난을 두루 훑어간다. 이 소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풍경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사영은 소설의 화자인 가진에게 묻는다. “언니, 왜 자꾸 젊은 사람들이 죽는 걸까?” 죽은 사람의 파편화된 사연을 들을 때면 가진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를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상황을 돌아본다. 가진과 사영의 상호 이해가 다다르는 지점이 어디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김기태의 <전조등>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누구보다 진심인 ‘그’를 주인공으로 한다. 끊어진 다리나 무너진 백화점, 빚더미에 오른 나라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라고 말하는 부모의 성실한 자녀로 성장했다. <전조등>은 수월하게 살아가던 그가 프러포즈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일을 중심에 둔다. “약간의 불안은 청혼이 요구하는 진정성의 일부” 같은 차분한 분석을 되뇌이는 일과 갑자기 어딘가에서 날아와 차의 전조등을 깬 군청색 털 고무신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돌발적인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길을 무탈하게 걸어가는 ‘정상성’ 그 자체인 삶의 모습은, 그린 듯 괜찮아 보여서 오히려 낯설어 보인다는 특징을 만들어낸다.

76쪽

“그들이 무지하기를 바랐다. 실수를 반복하고 좌절하기를. 그리고 후회하기를.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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