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은 모두 달랐다. “아니, 절대.” “당연하지. 안 그런 사람도 있나?” 그렇지만 회사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회사라는 말에는 직장이 속한 건물 안, 내가 일하고 있는 근무시간대, 거기서 만난 사람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취직의 관문을 넘어서 삶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직장이다.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거기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고 같이 일하며 관계를 배우기도, 불합리한 권력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에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이렇게나 무수한 직장인의 하루하루를 채집해 모두가 겪을 법한 일로 묶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첫 출간 후 10만부 판매 기념으로 출간된 이번 소설집은 이것을 읽고 힘을 얻었던 선배가 후배에게 ‘너도 한번 읽어봐’라며 새로 구매해 선물할 법한 소설들이다. 수록작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이 2018년에, 그외의 수록작들이 2019년에 발표되었음에도 2022년에 읽어도 바로 어제 출간된 듯 신선하다. 특히 지금은 전 지구가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중고 거래 물품 서비스가 배경인 <일의 기쁨과 슬픔>의 두 인물의 대화는 직장 안에서 겪는 모멸과 성취를 조화롭게 그려낸다. 더불어 판교의 조형물과 플랫폼 서비스의 맹점까지 훑어내는 탁월한 현실 인식까지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간 ‘대한민국의 평범한 20, 30대 직장인’이라고 축약해 불러왔다. MZ 세대의 속내를 대변한 소설, 혹은 개인과 사회에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중산층 개인주의자들이 주인공이라고도 소개한다. 다시 읽으니 이 모든 설명들이 적합하면서도, 부족하다. 장류진 소설은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되면서 또 남의 일이 아니라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중독자인 사장의 과시욕 때문에 월급을 카드사 포인트로 받는 한 직장 여성이 포인트의 현금화를 위해 매일 중고 거래를 한다? 아, 너무 어이없고 슬프지만 궁금한 이야기 아닌가.
<잘 살겠습니다>, 33쪽“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내린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