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회사원 대한은 권고사직을 받고 퇴직금 5천만원을 든 채 자영업의 세계에 뛰어든다. ‘스터디 카페를 열기로 한 건 꽤나 멍청한 생각이었다’라는 첫장의 솔직한 제목이 보여주듯 한달 매출 2천만원이라는 대한의 꿈은 그의 계산과 달리 그리 시원하게 펼쳐지지 않는다. 권리금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리비가 얼마나 들지도 예상치 못했으며 부가가치세 계산도 미리 해보지 않았다. 부동산과 덜컥 계약한 뒤 인테리어 업체에 뒤통수를 맞아가며 급히 스터디 카페를 준비한 대한.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후에 펼쳐진다. 2020년 여름,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에서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다. 이어 방역 당국이 방역 체계를 1.5단계로 두는지 2.5단계로 두는지에 따라 스터디 카페의 영업시간과 가능 인원이 달라지는 운명에 처한다.
코로나 대유행 시절은 거의 모든 사람이 기억할 것이고, 그 비극이 남긴 상처와 흉터가 업종별로 다르며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자영업이었다는 사실은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전개가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될 수밖에 없는 한편 그 시절의 아픔을 생생하게 환기하여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만든다. 스터디 카페 손님은 줄고 동네 노래방 사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와중에, 대한은 동네에 또 다른 스터디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마저 접한다. 우울증이 심해진 대한은 정신의학과를 찾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동네 자영업자들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렇게 횟집이며 양장점, 카페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잔뼈가 굵은 이들의 목소리가 책을 통해 전해진다.
사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대유행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상마저 전해지는 지금, 책의 결말이 근사하게 끝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자영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성실하게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만든 끈끈한 공동체가 작은 희망이 된다.
84쪽
“IMF 때는 다 같이 힘들기라도 했지, 지금은 힘든 사람만 힘들다는 생각에 더 견디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