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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칼>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22-06-21

요 네스뵈 지음 / 문희경 옮김 / 비채 펴냄

해리 홀레는 다시 술에 빠졌다. 일요일 한낮, 술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간신히 눈을 뜬 해리 홀레는 손에 핏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 12번째 소설인 <>은, 전편 <목마름>에서 해리 홀레와 라켈이 결혼한 이후 모종의 문제가 있었음을 분명히 암시하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별거 중이며, 해리는 다른 여자들과 마구잡이로 만나고 있는데, 무엇보다 다시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리가 해결한 사건의 범인의 아버지가 용의자인 범죄가 다시 시작되고, 같은 시기에 해리는 믿고 싶지 않은 비보를 전해듣는다.

“라켈이… 발견됐어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12번째 소설 <>에서 라켈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이 문장이 등장하는 순간, ‘올 게 왔다’는 근심과 슬픔에 잠기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은 (2022년 6월 기준) 후속작이 아직 없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어쩌면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책 서두에 그간 출간작의 간단한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 모든 이야기를 압축하는 듯한 작품이다. 그간 방황하는 해리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로 등장해온 라켈이 살해당하는 사건은 해리가 경찰 조직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를 근심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스릴러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살해 위협에 처하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긴장을 더하는 요소로 이용되는 일은 드물지 않은데, 워낙 오랫동안 해리의 의식을 차지하고 있던 라켈의 죽음과 이후 상황 전개는 쉽게 잊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을 남긴다. 해리가 담당했던 과거의 사건과 현재가 연결되는 방식만큼이나, 라켈 살인사건의 전개와 범인의 정체는 특히 시리즈의 오랜 독자에게 내상을 입힐 정도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살피게 만드는 대작.

81쪽

결연함. 그에게는 결단력이 있었다. 성직자와도 조금 비슷해 보인다고 당뉘는 생각했다. 성직자들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 절실하게 믿기에 우리도 그들을 신뢰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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