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북스, 제철소, 위고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아무튼 시리즈’의 신간 두권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와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가 그것. <씨네21>의 칼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필진이기도 한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는 (고전)음악을 해석하는 철학과 그 철학을 소리로 옮기는 몸 쓰기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 쓰는 일이므로, <아무튼, 피아노>는 연주자가 갖는 어떤 구도자적 속성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것은 공연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 연주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다가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내가 포기한 세계’에 대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의 눈에 김겨울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겠지만 그 자신에게는 ‘클래식 피아노를 커리어로 삼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명연주 명음반’을 소개하는 내용이 될 수 없으며, 그래서 각별한 ‘피아노 책’이 된다. 김겨울의 <아무튼, 피아노>가 단독자로서 피아노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한 글이라면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같은 음악 얘기처럼 보이지만) 목소리를 내고 듣는 일에 대한, ‘우리’의 경험으로서의 노래에 대한 책이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인 어떤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투명하고 담대한 사람이 되면 음악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연주하고 노래하고 글을 쓰는 서른 즈음의 두 여성 작가가 도무지 거리를 둘 줄 모르는 애정으로 쓴 글을 읽으면, 무엇에게랄 것 없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씨네21>에서 ‘오지은의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칼럼을 연재한, 노래하고 글 쓰는 오지은 작가의 신간 <마음이 하는 일>도 출간되었다. <씨네21> 연재분에 더해 새로운 글이 한데 묶였다. 영화, 음악, 세계 그리고 우울에 대한 그의 글은 새벽 세시에 잠 못 드는 많은 이들을 품어왔고, 여전히 품고 있다- 어쩌면 이전보다 조금은 더 미래 지향적인 방법으로.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