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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외계+인> 시리즈가 시도한 ‘한국형 SF’의 한계, <외계+인> 2부

최동훈의 SF영화 <외계+인> 2부작에서 내가 가장 싫었던 게 뭐였는지 말해볼까. 바로 외계인의 촉수다. 보존법칙을 위반하며 끊임없이 생성되어 늘어나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기에서부터 USB 연결성까지 온갖 기능을 수행하고, 주인공이 한번 휘두른 칼에 잘려나가는 바로 그것.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 몸무게의 몇배나 되는 신체기관이 갑자기 생겨나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때 배우가 그 조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요샌 다들 최소한의 물리법칙을 지키는 데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최근 마블 영화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차라락 헬멧이 나타나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물리법칙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없이 그럴싸한 그림에만 집착한다면 결국 액션은 붕괴된다. 최근 마블 영화 <더 마블스>는 CG가 들어간 액션에 반영된 물리법칙이 너무 랜덤이라 이 우주에서 중력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다. 이게 최근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종이를 잘라 붙인 것 같았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집단 액션 장면의 공허함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장면들을 존중하는 건 쉽지 않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현상은 CG라는 도구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한다. 그건 철근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의 훌륭함과 비슷하다. CG는 전에는 정말로 힘들거나 불가능했던 것을 손쉽게 해치우고 그 때문에 창작자는 어느 순간부터 그 손쉬움에 중독되어 예술적인 책임감을 놓아버린다. 그 결과 우린 공허함과 못생김으로 뒤덮인 액션 장면들에 질식하게 된다.

TV시리즈의 형식, 특수촬영물의 요소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불공평한 비난으로 들릴 수 있다. 나는 지금부터 같은 영화에 나온 두 신선 흑설과 청운의 마법 거울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테니까. 거울에 집어넣은 물건이 맞은편에서 몇십배로 부풀려진 채 튀어나오는 장면들을 묘사하는 CG가 더 나았나? 더 사실적이었나? 둘 다 아니다. 사실 이쪽이 그럴싸해 보이기는 더 어렵다. 액션 상당수가 흑설의 손과 연결되어 있고 CG가 개입된 사람 신체는 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보존법칙을 지키고 있느냐고?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이 거울은 촉수와 달리 아이디어와 신선함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사실적이기도 하다. 거울을 통과한 물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물리법칙의 연속성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액션에 당위를 부여하는 판타지의 전통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거울 장면에 추력과 중력을 부여한다. 촉수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대충 가져와 대충 쓴 기성품일 뿐이다.

촉수와 거울의 묘사 차이는 최동훈의 관심 차이를 보여준다. 최동훈은 무협과 동북아 판타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지만 SF에 대한 관심은 피상적이다. 이 차이는 동북아 판타지 세계와 현대 한국을 엮은 <전우치>와 <외계+인> 시리즈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외계+인>은 무협과 동북아 판타지에 가까워질수록 재미있고 SF에 가까워질수록 지루해진다. 내용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다. SF의 배경이 되는 2022년의 현재성이 반영될 때 그나마 조금 더 재미있어지는데, SF적인 캐릭터가 일부러 그 한국성을 표현하려고 할 때는 또 재미가 확 떨어져버린다. 장르 기반 없이 ‘한국식 SF’를 만들려는 많은 시도가 그렇듯.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 한 이 모든 건 그냥 장식이고, 장식은 그 밑의 무언가가 지탱해주어야 존재할 수 있다. <외계+인>은 이게 아주 부족하다.

<외계+인>의 SF를 구성하는 어휘 대부분은 일본식 특수촬영물(이하 특촬물)의 것이다. 정말 같은 재료로 청소년 대상 특촬물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훨씬 반응이 좋았을 수도 있다. 일단 세계관을 풀고 캐릭터를 소개하는 넉넉한 러닝타임의 덕을 보았을 것이다. 특촬물이라고 서브 장르를 정해놓았다면 시청자와의 합도 더 잘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외계+인>은 한국의 마블 영화가 되고 싶은 2부작으로 만들어졌다. 덕택에 관객들은 영화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상당수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러닝타임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1부에서 한 이야기를 2부에서 다른 관점으로 보여주며 반전을 터트리고 떡밥을 회수하는 형식 역시 TV시리즈에서 더 잘 먹혔을 것이다. 두 시간 조금 넘는 2부의 러닝타임 상당수가 1부의 내용을 잊었을 것이 뻔한 관객들을 위한 복습에 투자된다.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떡밥을 회수하는 장면 상당수도 이전 장면의 재현이다. TV시리즈였다면 이런 반복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떡밥 회수를 위한 설명을 하더라도 캐릭터가 숨을 쉴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부의 절반 이상은 오로지 설명, 설명, 설명이다. 그리고 그 설명이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푸는 형식이 과연 이야기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하늬 캐릭터 민개인의 사연을 굳이 그런 방식으로 알아야 할까. 그리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거나 놀라운 무언가인가. TV시리즈였다면 이 캐릭터는 영화보다 더 많은 존재 이유를 챙겼을 수 있다.

가치 있는 재료와 클리셰 사이

물론 이 가상의 TV시리즈도 한계가 있다. 러닝타임을 늘리고 장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청자를 확보한다고 해도 이야기가 많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외계+인> 두편을 연달아 보고 나면 이 영화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으며, 하고 있는 이야기도 이야기꾼이 생각하는 것만 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야기꾼이 이 장르의 가치 있는 재료와 클리셰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같은 지구 감옥설 음모론과 시간 여행, 외계 안드로이드 재료를 갖고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해도, 이 영역에 대해 더 알고 있는 사람과 딱 그것까지만 알고 있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여기서 가장 큰 손해는 (융통성 있게 제목을 읽는다면 타이틀롤이라고 할 수 있는) 외계인들이 본다. 여기엔 역시 외계에서 온 썬더와 가드도 포함된다. 이들은 관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촉수 이야기를 또 해야 할까) 맥거핀으로만 간신히 존재한다. 맥거핀 중 가장 힘이 없는 것은 역시 외계인의 테라포밍 계획이다. 여러분이 SF를 쓰고 있고, 그것이 인류 멸망 위기에 대한 것이라면, 인류 멸망을 가져오는 그 무언가에 단순한 맥거핀 이상의 무게와 아이디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가져오거나. 그러지 않으면 관객들은 기만당한 기분이 들 것이다. 마블 영화도 그러지 않냐고? 그건 마블 영화가 가진 한없는 무난함의 원인 중 하나다. 실패하더라도 제발 기준을 높여라.

장르에 속한 작품을 쓴다면 그 장르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과 관심은 있어야 한다고 꾸준히 말했었다. 특히 그 장르가 SF와 호러일 때. 요샌 그런 말을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으려 했다. 일단 재수가 없고. 최근 들어 장르 접근성이 높아져서 ‘고전을 봐라’라는 설교가 굳이 필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계+인>을 보니 그 말을 조금 더 해도 될 것 같다. 아마 지금쯤이면 최동훈도 알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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