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 시장이 존재했었다. 청소년 토지를 비롯해서 많은 책들이 10대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들어졌고, 잘 팔려나갔었다. 언제나 있는 것 같은 이 시장이 어느새 사라져갔다. 10대용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로 소리 소문 없이 어느 순간부터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은 출생률 급감이 한 요인이다. 1970년대 초반에 한국의 신생아 수는 100만명이 넘었다. 지금의 40대들이다. 21세기 초반에 60만명 조금 넘게 태어났다. 지금의 20대들이다. 그 이후로 출생아 수가 급감해서 최근에는 26만명 정도 태어난다. 1960~7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10대들 수는 3분의 1 수준이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절반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구 변화만으로는 10대들의 책에 대한 취향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예전 10대용 책에서는 엄마가 사주는 책이라는 좀 독특한 마케팅 방식이 있었다. 직접 10대에게 책을 전달하기가 어려우니까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엄마가 자녀에게 선물로 사주는 방식이다. 한비야 작가의 책을 비롯해서 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책들이 종종 있다. 요즘에는 엄마가 보라고 하는 책은 무조건 안 보는 책이라고 한다. 부모를 통한 접근도 안 먹힌다. 결국 많은 출판사들이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책만 이런 것도 아니다. 공중파로 대변되는 TV에서도 10대 혹은 청소년들은 없는 사람 취급한다. 어린이용 방송 그리고 갑자기 성인 방송으로 넘어간다. 올드 매체의 특징이다. 신문 역시 다를 바 없다. 최근에 연극 관객과 관련된 DB를 분석하다 보니 연극에서도 10대는 거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드 매체에 해당하는 많은 분야들이 10대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하고 있다.
반면 웹툰과 유튜브 같은 신매체에 해당하는 분야들은 10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길게 보면 한국의 문화산업은 신생아 수 급감과 취향 변화라는 두 가지 도전 앞에 서 있다. 젊은 사람들의 숫자는 연간 26만명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합계 출생률은 0.8 수준이고, 신생아 수는 26만명에서 더 내려갈 것이다. 한해 같은 연령대의 숫자가 몇년 후에 20만명에서 더 내려가서 10만명대 수준으로 내려간다. 재미에 대한 취향도 마찬가지다. 10대 때 연극을 보지 않던 사람들이 20대에 갑자기 연극을 볼까? 그들이 갑자기 책을 손에 잡을까? 그렇기는 어렵다고 본다.
구매체에 속하는 극장도 유사한 위기 앞에 놓여 있을 것 같다. 도대체 청소년은 어떤 양식, 어떤 메시지, 어떤 요소에서 재미를 느끼는가? 나 역시 한번도 안 해본 질문이었는데, 장르로서 청소년 책 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문화 시장에 지금 거대한 흐름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관객 개발’이라고 하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