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망루에는 사람이 있다. 4월1일이면 고공농성 300일을 맞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명재형 동원택시분회장이다.
택시업계의 사납금제도는 널리 알려진 병폐였다.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가 회사에 날마다 내야 하는 돈이었다. 아무리 택시를 몰아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택시기사는 오히려 돈을 회사에 갖다줘야 했다. 멀리 가는 손님, 번화가로 가는 손님을 태워야 사납금을 해결할 수 있어 발생하는 골라태우기나 탑승거부, 일하는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해서 발생하는 난폭운전 때문에 불친절과 시민불안의 원흉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사납금제도는 2020년에 법적으로 완전 폐지되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어 법인택시기사도 수입을 전부 회사에 내고 일정한 급여를 받는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가 도입되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택시발전법)도 개정되었다. 제11조의2를 신설해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했다. 이 두 입법을 합치면 택시기사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고공농성을 하게 됐을까? 고공농성의 목적은 택시발전법 제11조의2의 전면 시행이다. 2019년에 만들어진 제11조의2에는 시행일 조건이 붙어 있었다. 서울시는 2021년 1월1일부터 이 조항을 시행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시행일을 따로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대통령령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서울 외 지역 택시업계에는 이상한 근로계약서가 난립한다. 근로시간을 1일 2시간, 2.5시간, 3시간으로 정한다. 그러면 한달 내내 일하고 일정한 급여를 받아도 월급이 60만~80만원밖에 안된다. 실제 택시기사들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원래 6시간~8시간이던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을 2시간30분, 2시간40분으로 줄인 것은 설령 노사가 형식적으로 합의했더라도 위법무효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형식적으로 2.5시간짜리 근로계약서를 썼으니 월급이 60만원이라는 둥 빈차운용시간이나 대기시간은 전부 제하고 손님이 탑승해 있던 시간만 더해 3시간이면 3시간치 최저임금만 받아가는 게 맞다는 둥 하는 이상한 계산은 여전하다. ‘페널티’, ‘성과급 삭감’으로 이름을 바꾼 사납금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월급 50만원에서 근로시간을 역산한 근로계약서가 돌아다닌다. 사납금을 없애고 고정급여를 받게 하자는 것이, 일단 고정급이기만 하면 월급을 60만원만 줘도 된다는 말이었을 리가 없다. 상식인 누구에게나 빤히 보일 말장난이다.
전액관리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500일이 넘는 고공농성이 있었다. 당시 김재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은 2017년 9월4일부터 2019년 1월26일까지 510일을 조명탑 위에서 보내며 사납금제 폐지와 월급제 시행을 호소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지금 국토교통부 앞 망루에는 다시, 또 한명의 택시기사가 올라가 있다. 법을 만들었으면 제발 시행하자고. 일한 만큼 제대로 월급을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