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제20대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뒤늦게라도 이야기해보자면 이번 대선은 환경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기점이다. 기후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5년은 ‘다음 기회에’를 외치기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어차피 지구에는 ‘다음 기회’ 같은 것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후의 마지노선은 평균 온도 1.5도 상승인데, 그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겨우 7년 정도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환경 재난을 겪으며 기후 정치가 화두에 오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그랬… 어야 하지만, 어쩐지 대선을 앞두고 기후 위기 대응을 엄중한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은 (후보 본인들을 포함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유세 연설에서도,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기후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재난의 현실이다. 곽재식 작가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에 쓴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 위기는 “내일의 종말이 아닌 오늘의 반지하 침수”다. 당장 농사지을 작물이 변하는 문제고, 전력 공급망이 열팽창으로 변형되는 문제고, 살던 집이 물에 잠기는 문제고, 빙하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가 노출되는 문제고, 화재와 홍수와 가뭄과 태풍이 늘어나는 문제다. 그리고 이것 모두는 정치의 문제다. 재난을 겪은 시민은 어디로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가? 어떤 돈으로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가?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찾아온다면 어떤 전략으로 외교를 할 것인가? 코로나19처럼 또 다른 팬데믹이 찾아온다면 어떤 방역 정책을 펼칠 것인가?
무엇보다 그러한 재난이 늘어나는 정도를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후 위기 해결에 있어 기업과 국가 단위의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기업의 생산 구조를 바꾸고 여러 국가가 연대해야 한다. 다른 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기업의 정책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당장의 그러한 정책이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우리의 삶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발등은 이미 불타고 있다. 이번 대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누가 선출될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선출되든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민생’은 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이 글이 정말 ‘디스토피아로부터’ 보내는 글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