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와 토토가 들어 있는 집을 들어올린 회오리바람처럼, 세상을 흔들어버린 바이러스와 함께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가며 변화의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익숙해지길 바랐지만 변화가 다시 다른 변화를 추동하는 도미노 같은 연쇄반응은 매일의 적응 또한 만만치 않게 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멀미를 덜어드리기 위해 먼 시점의 상수가 있음을 알리려 오랜만에 책을 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동료들, 선생님들과의 교류에서 얻은 배움을 숙고의 시간을 더해 정리해야 하는 일이라 좀처럼 엄두를 내기 어려웠지만, 물리적 이동이 제한되며 시간이 허용된 것 역시 어려움 속에서 주어진 작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으면 알려야 할 책무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알릴 것인가가 그다음으로 따르는 질문이 된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세칭 4대 매체가 가진 위상과 영향력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한 동영상 플랫폼과 글로벌 OTT는 다양성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수년 전부터 세를 확장해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격언처럼 사람들의 눈이 머무는 곳에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은 더 두터운 시장을 향하는 거래자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평소 데이터를 통해 측정해오던 정보의 흐름을 바탕으로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조심스레 책을 쓰게 된 연유를 설명드린 지가 오늘로 28일째다. 평균 1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들과 인터넷 서점들의 동영상 채널, 독립서점에서 줌으로 진행한 독자와의 만남, 유료 구독형 매체 등 예전 기준에서 본다면 새로운 미디어들과 함께 지난 4주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 시도로 생각을 전하고 교류하는 일을 밀도 있게 진행하며 6년 전 책을 냈을 때와 지금 미디어 환경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문자뿐 아니라 음성과 화상도 동원된 풍부한 미디어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늘면서 글 쓰는 작가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해지자 예전 방송 매체 정도였던 알리는 방법 또한 확장되어졌다. 게다가 유튜브만 하더라도 채널의 성격에 따라 구독자들의 선호나 관심이 다양한지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나 강조의 방점에서 보는 분들을 위한 배려가 고려되어야 효율적인 전달이 가능해진다. 원 소스 멀티유즈(OSMU,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하여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라 불리는 원칙은 유효하나 전달의 살가움이 요구되어진 것이니 화자 입장에서 본다면 그만큼의 품이 드는 것이다.
화자의 주장과 청자의 댓글이 24시간 내내 교류되는, 독자의 경험과 인증이 팔로워의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되는 28일의 밀도 높은 조우들을 경험하면서 <드래곤볼> 속 ‘정신과 시간의 방’에 머무르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분들과의 만남들이 짧은 시간 속에도 가능해진 21세기는 어쩌면 유한한 사람의 삶을 수평적으로 펼치도록 확장해준 인연의 멀티플렉스 시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