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시가 코로나19와 관련된 4개의 계급을 지난해에 얘기했다. 다들 한번씩 웃고, 가끔은 우울해졌을 것이다. 맨 아래의 잊혀진 자들, ‘포가튼’과 3계급인 실업자들은 이해가 쉽게 간다. 1번 계급은 ‘리모트’, 원격 근무, 즉 재택 근무가 가능하거나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급이다. 보통의 1번 계급은 종교와 관련되어 있거나, 사회의 특별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저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는 정도로 최상위 계급이라니, 역사상 가장 가난한 1번 계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번 계급은 필수 인력, 해고의 위험은 없지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아서 2번이다.
비슷한 생각을 한국으로 옮기면, 팬데믹이든 뭐든, 결국은 집이 계급을 구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통계청의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가지고 좀 살펴봤다. 가구 기준으로 한집만 가지고 있는 국민은 40% 정도 된다. 두채를 가진 사람은 11%다. 3채 이상 가진 가구를 더해보니 대략 4% 정도 된다.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55% 정도의 국민이 집을 가지고 있고, 10채 이상 가진 가구는 0.15% 정도다.
집값이 크게 비싸지 않으면 집을 가졌거나 말았거나, 별 상관없지만, 지금은 ‘미친 부동산’ 말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아주 이상한 급등기다. 다주택과 농지 투기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속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라이시처럼 생각하면, 집 보유의 수치와 현실적 지배자 구조가 딱 일치하는 것이 현실이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국민들이 나뉘고, 다시 주택의 입지와 수량으로 나뉜다. 좋은 일은 아니다. 팬데믹이 많은 것을 바꾼다고 하지만, 부동산 계급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대중문화가 이 구조 속에서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어색한 질문 앞에 선다. 아예 모른 척할 것인지, 집 가진 사람들쪽에 설 건지 혹은 집 없는 사람들쪽에 설 것인지? 결국에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된다. 난데없는 ‘벼락 거지’라고 호소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