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사진출처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얼마 전에 대학로예술국장 대극장에서 연극 <단테의 신곡-지옥편>(나진환 연출)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 초청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보았다. 코로나19 한가운데라서 자리를 한칸씩 띄우고 앉았는데, 매진이라도 극단측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 아는 단테, 그것도 천국은 빼고 지옥편이라니! 듣기만 해도 안 보고 싶은 이야기 아닌가?
청년들이 ‘가성비’를 앞세우며 넷플릭스에 대한 찬미를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액제에 익숙해진 관객이 팬데믹 종식 이후 과연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것인가, 이런저런 가설들이 많다. 한국에서 극장은 이미 끝났다는 영화인의 탄식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날 대학로에서 휴식 시간까지 합쳐 세 시간 가까운 시간을 어두운 극장 안에 있으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연극은 그리스 신화 등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반추하게 해주어서 재미는 있었다. 그렇지만 세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극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질문이 더 많이 들었다.
많은 연극과 뮤지컬 공연이 그렇듯이 20~30대 여성들이 많아 보였고, 또 연극과 관련된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영화는 모르겠지만, 연극 특히 고전을 다루는 묵직한 연극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렇게 버티니, 상황이 끝나고 나면 다시 부흥의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극 극장에 오는 많은 관객은 단정하고 깨끗하게, 나름의 드레스 코드를 갖추고 오는 경우가 많다. 기꺼이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시간, 자기 인생에 남을 한 장면처럼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 비교하면 훨씬 단조롭고 리듬도 늦지만 한국에서 연극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코로나19 국면을 꾸역꾸역 버티는 중이다.
우리는 왜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일까? 관객의 일생에서 한편의 작품이 주는 의미, 이런 부분은 간과하고 매출액, 관객수, 이런 드라이한 마케팅 요소들만 너무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과 예술의 차이,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