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관심 있던 책의 광고를 읽다 호기심이 푸시시 식어버렸다.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가져와 인간의 가학성에 대한 주장의 근거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립 짐바르도가 1971년 행했던 이 실험은 평범한 스탠퍼드대학교 학생들이 무작위로 감옥의 간수와 죄수 역할이 주어지자, 역할에 충실하다 못해 간수들은 가학적인 폭력을 가하고 죄수들은 폭동을 일으켰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경만 주어지면 누구든지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의 단골 근거로 쓰인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을 드러내는 실험으로도 지겹게 출현한다.
문제는 이 실험 곳곳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윤리적인 이유로 재현할 수도 없는 이 실험은- 여기서부터 이미 ‘동일한 조건하에서 재현이 가능해야 한다’는 심리학 실험 검토 원칙의 열외가 되어버린다- 사실 알려진 것과는 다른 실험이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이 부분을 밝히고 있다. 실험 시작 전에 필립 짐바르도가 간수 역할을 맡을 학생들을 만나 죄수들을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고, 이 실험을 최초로 제안한 학부생이 실제 실험에 간수로 참여해 가학적인 규칙과 폭력 행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건 ‘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악한으로 변해갔다’라는 주장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실험을 시작했을 때 설정한 가설이 달랐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거짓말이 아니어도 심리학 연구에서 넘어야 할 문턱은 산더미처럼 많다. 행복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그리움은? 편견은? 호감은? 추상적 개념을 관찰 가능한 항목으로 바꿔 실험을 하고 나면, 외부 요소의 개입이 문제가 된다.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을 가져와보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이후의 삶에서 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여기에 개입한 다른 요소들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사는 지역은? 인종은? 형제자매의 수는? 경제적 환경은? 심리학 실험의 특성상 외부 요소를 100%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수록 근거가 탄탄한 실험이 된다.
그러니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가져오는 책들, 특히 인간 본성을 논하겠다며 심리학 실험을 들고 오는 책들을 읽을 때는 약간의 의심을 옆구리에 낀 채로 읽을 일이다. 가장 좋은 건 애초에 실험자들이 엄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겠지만, 2015년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2008년 3대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논문 100건을 두고 재실험을 했을 때 재입증에 성공한 건 35건뿐이었다. 멈추지 않고 묻는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