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매드몬스터의 <엠카운트다운> 출연 모습 캡쳐본.
앞서 발표된 곡들이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발매되어 듣기 어려워진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의 4번째 싱글 《내 루돌프》 뮤직비디오가 3주 만에 조회 수 500만건을 가볍게 달성하고 순항 중이다. 영상에 달린 3만개가 넘는 엄청난 댓글까지, 그야말로 우리를 ‘맫며들게’ 만들고 있다.
감동한 ‘60억 포켓몬스터(팬클럽 명)’ 팬들의 호응의 글들은 공동창작 수준의 창의성을 보여주며 조회 수보다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컴백 무대는 스타들의 공식처럼 Mnet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 가졌고 시공간이 일그러질 만큼 아우라를 발산하는 아이돌 그룹의 위용을 자랑하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어진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화보는 “필터 썼나 의심될 정도의 비주얼”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멤버인 탄과 제이호의 미모를 감출 수 없는 인터뷰가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자 늘 그렇듯이 성공을 시기하며 오토튠이나 필터와 같은 기술에 도움을 받았다 음해하는 자들이 나오면서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포몬들은 팬심을 감추지 않는다. “아니 우리 오빠들 4차 산업혁명 공포증 있어서 필터 이런 거 못 쓰고 기계음도 안 쓰고 다 라이브인데 무슨 소리냐고;;;; 엠카 나온 걸로 증명된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악플에 지난 주말 소속사 매드엔터테인먼트 대표 대디가 공식 입장을 유튜브에 공개하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먼저 ‘필터설’은 루머로 사실무근이며 사내 법무팀을 통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 잠깐잠깐 보이는 나이 든 두명의 사내로 인한 ‘악귀설’은 무명 개그맨 두명이 딥페이크 기술로 장난을 친 것이라 고소하겠다는 이야기에 팬들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표문을 읽는 대표 뒤로 보이는 구조물이 휘어진 부분으로 보건대 해체주의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사옥을 디자인한 것이라는 의견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역시 그 스타에 그 팬이라는 세간의 말이 이해된다. 전세계 60억 포켓몬스터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78억 인구에서 포몬이를 뺀 18억 안티와의 싸움”이지만 안티의 수적 열세로 승리는 낙관적이라고 팬들은 자신한다.
그사이 영상 애플 ‘스노우’에서는 매드몬스터 필터가 출시되었고 ‘김갑생할머니김’은 매진되어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장이다”라는 김갑생 명예회장님의 아포리즘이 포장에 새겨진 명품 김이 매진된 것에 매드몬스터가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수군거림은 매드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미래전략실 이호창 본부장과 막역한 사이임을 공개하여 사실일 것으로 유추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도대체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호창과 제이호는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이택조와 이창호는 또 누구인지 헛갈리는 중 《내 루돌프》의 <엠카운트다운> 컴백 스테이지 영상에 달린 댓글이 이 모든 것을 적확히 설명해주는 듯하다.
“최초 ‘실존하는 상상 속의 그룹’.” 그야말로 ‘제대로 미친’ 21세기가 왔다.